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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Yonu Feb 09. 2020

어느 날, 아버지가 납치되었다

풀리지 않은 숙제, 납북자


 우리 정부가 북한 개별관광을 추진하고 있을 정도로 남북관계가 온건한 상황이라 혹자는 평가할지 모르지만 아직 남북은 풀지못한 숙제가 있다. 바로 납북자 문제다. 


 평화롭던 1969년 12월 11일, 강릉에서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대한항공 NAMC YS-11기가 북한 공작원 조창희에 의해 납치되었다. 이제는 50년도 더 지난 사건이라 잊혀져가는 사건이지만 잊어서는 안될 사건이다. 사실 나 역시 태어나기 훨씬 전의 일이어서 글로 접한 사건이다. 역사는 찾아서 기억하지 않거나 배우지 않으면 잊혀져버린다. 


 북한의 민간 항공기 납치사건은 국제 사회에도 대서특필 되었다. 당연히 국제 사회는 민간 여객기를 납치한 북한의 행위를 좌시하지 않았고 여론이 악화되자 북한은 부랴부랴 납치 66일 뒤인 1970년 2월 14일 승객과 승무원을 포함하여 39명을 송환했다. 그러나 당시 비행기에 타고 있던 총 인원은 공작원 조창희를 제외하고 총 50명이었다. 39명을 제외한 나머지 11명은 끝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것이다. 


 돌아오지 못한 이들 가운데 당시 MBC PD였던 황원씨가 있었다. 그는 업무차 출장때문에 대한항공기에 타고 있었다. 안타까운 사실은 그가 동료를 대신한 출장길에 올랐었다는 것이다. 그가 동료를 대신하여 출장길에 오르지 않았었다면, 어쩌면 가족과의 애끓는 생이별은 하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른다. 


돌아오지 못한 황원씨의 마지막 가족사진 (좌측부터 황인철 KAL기 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 아버지 황원씨, 황대표의 사촌동생)


 당시 황원씨는 두 자녀를 둔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황원씨의 장남 황인철씨의 나이는 만 두 살이었다. 그의 여동생은 갓 백일 지난 갓난아기였다. 현재 10명의 다른 납북자 가족들과 함께 KAL기 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를 맡고 있는 황인철 대표의 말에 따르면 황원씨는 납치를 당한 후에도 당당하고 용감하게 북한 당국자들의 불법 범죄를 꾸짖었다고 한다. 방송국의 프로듀서였을 정도로 인텔리였던 황원씨는 북한 당국자들에게 국제법과 국제관습법에 의거하여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인원의 즉각적인 송환을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황대표의 증언은 송환자들의 증언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황원씨의 정의로움에 북한 당국은 화가 나 그의 송환을 거부해버렸으리라 생각된다. 

 


 아버지의 납치 당시 만 두 살에 불과했던 황인철 대표는 이제 오십에 가까운 아저씨가 되었다. 그는 여전히 청와대와, UN에 끊임없는 진정을 넣으며 아버지 황원씨와 다른 10명의 납북자들의 무사 송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북한에 납북된 11명은 국제법상 자의적 구금 피해자로 봄직하다. 자의적 구금 피해자란 개인이 법률에 반하는 범죄를 자행했다는 증거 없이, 혹은 정당한 법적 절차 없이 체포나 구금되는 것을 뜻한다. 납북되어 고향과 가족에 닿지 못하는 11명의 납북자들 모두가 범죄를 자행한 적이 없으며 적법한 법적 절차를 밟지 못한 채 북한에 구금되어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납북자들은 모두 자의에 의해 북한에 체류중이라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납치 범죄를 꾸짖고, 고국에 가족을 두고 있는 가장이었던 황원씨가 무슨 이유로 북한에 자의적으로 머무르겠는가. 황원씨는 북한에서 맞이하던 그 해 설날 '가고파'를 부르며 가족들과 고향을 그리워했으나 결국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끌려가고야 말았다.


 황인철 대표와 나눴던 대화 중 가슴에 많이 남았던 말이 하나 있다. 


 제가 제 아이를 낳고 보니까 이렇게 제 자식이 귀한데, 아버지는 그곳에서 제가 얼마나 그리웠을까요. 


 그래서 황인철 대표는 19년간, 이제는 사람들이 기억조차 하지 않으려는 자신의 아버지와 10명의 납북자 송환을 위해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자유와 인권을 박탈당한채 생사조차 확인할 길 없는 황원씨와 10명의 납북자 구출은 국제사회가 함께 관심을 쏟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해 5월8일 아이슬랜드는 북한당국에게 공식적으로 황원씨와 10명의 송환을 요구하였고, 국제엠네스티 또한 석방을 위한 송환 캠페인 벌이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 정부는 정권이 바뀌는 동안에도 납북자 구출 문제에 대해 답보상태만 유지하고 있다. 


UN HUMAN RIGHTS 사무소와 황인철 대표와의 인터뷰


해외 신문에 소개된 황인철 대표와 아버지의 사연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KAL기 납북자 문제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해결되지 않은 항공기 납치 사건이다. 특히 국제사회는 17세기부터 이와 같은 납치, 해적행위를 엄하게 금하고 있다. 

 요즘과 같이 비행기를 이용한 이동이 잦은 이런 시기, 이 사건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항공기 납치 사건이 발생했을때 우리는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과연 안전을 담보로 마음 편히 비행기를 탈 수 있을 것인가. 



 납북자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다.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이자 가족을 잃은 애끓는 가정의 문제다. 우리도 납북자문제를 인권의 시각으로, 사람의 시선으로 바꾸어 바라보며 함께 노력하면 좋겠다. 


 국제사회와 함께 석방청원 역시 진행중이오니 청원 참여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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