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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Yonu Mar 03. 2020

코로나 바이러스, 두 번 격리됐던 남자의 이야기


  2월의 어느 날, 내 브런치 야구 글을 종종 감수해주곤 하는 롯데팬 강이 자기가 다니던 교회에 감염자가 발생해 걱정된다며 카톡을 보내왔다.



 나는 롯데팬 강에게 그나마 너는 다행이라고 답장을 했다.


 우린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2월 23일, 내가 강의 카톡을 안읽씹하고 있다가 4시 2분 재차 메시지를 보낸 그의 비명과 같은 카톡을 읽기 전까진.


 격리조치당함


 강은 알고보니 교회 확진자의 잠복기때 친구 집들이 탓에 부산에 있었고 교회를 갔던 것이다. 이때부터 강의 고난이 시작된다.


 강은 자신에게 자가 격리 연락을 취한 동래구 보건소에게 "격리 중인데 병원가서 검사는 어떻게 받냐"고 물었다. 동래구 보건소의 답변은 "기다리라"였다.


 강은 얌전히 기다렸으나 동래구 보건소는 답변을 주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강은 관악구 보건소로 전화를 걸었다. 자가 격리를 어기고 밖에 나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롯데팬 강은 정말 바른생활 사나이다.


 관악구 보건소의 답변은 "검사는 해줄수 있으니 동래구 보건소에 전화해 자가 격리를 해제해달라고 요청하라"였다. 강은 다시 동래구 보건소에 전화를 걸었고 두 시간을 더 기다린 끝에 동래구 보건소로부터 그렇게하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관악구 보건소로 가는 것도 문제였다. 관악구 보건소 측은 이미 엠뷸런스가 모두 출동해 없으니 걸어오라고 했다. 하지만 강의 다리가 아무리 튼튼한들 걸어가기는 무리인 거리였다. 다시 보건소 측은 택시를 타되 아무것도 만지지 말라고 일러주었다.


 검사는 금방 끝났고 결과는 다음날 나왔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2주 격리는 유지지만 음성이니까 밖에 조심해서 돌아다니셔도 됩니다"라고 했다. 강은 25일, 모처럼 만의 여유를 즐겼다. 딱 이대로면 좋겠다...


 그런데 26일, 강의 휴대폰으로 비보가 날아들었다.

 

 무려 2월 26일자로 찍혀 3월 2일까지 새로 시작되는 자가 격리서가 날아든것이다! 롯데팬 강은 친구 많이 둔 죄로 자가 격리를 두 번이나 당한 셈이 됐다.


 음성인데 집 안에만 갇혔다고 당장 먹을게 없다며 화가 단단히 났던 강은 27일 집으로 배달된 관악구 구호물품에 금방 누그러졌다.


 28일에는 엠뷸런스가 와서 강을 모시고 병원에 데려다줬고 2차 검사에도 강은 음성을 받았다.


 그러나 음성이어도 강은 방 밖으로 한발자국도 나갈 수 없었다. 그렇게 강은 3월 2일까지 방 안에서 혼자 외로움에 사무치다 3월 3일 00시 00분 새벽에 뛰쳐나가 달빛아래 홀로 자유를 만끽했다고 전해진다.


 이 글을 홀로 외로이 격리 규칙을 지키고 계신 분들께 바칩니다!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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