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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Yonu Mar 12. 2020

살인자의 평범한 일상-살인자 장대호 회고록


 조선족 토막살인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살인자가 있다. 바로 살인자 장대호다.


 범죄자 미화는 조심해야겠지만 실제로 그가 보인 행보는 그간의 범죄자들과 사뭇 달랐다. 폴리스 라인에 얼굴을 스스로 공개하고 서질 않나, 피해자에게 "너 다음생에도 그러면 나한테 또 죽어"라는 말을 남기질 않나, 고려 무신정변 예화까지 들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질 않나... 예의 죄지어놓고 얼굴을 가리고 아닌척 잡아떼는 범죄자들과는 달랐다.


 그래서 인터넷 세상은 뜨거웠다. 그를 일베충 논란까지 불거져 악마로 보는 시각도 있었고 시원한 복수를 했다며 조커처럼 보는 이들도 있었다. 오죽하면 별명 중 하나가 장대호아킨피닉스...


 나도 장대호가 여느 범죄자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일단 그의 범죄 수법은 잔인했고 흉악했다. 그 스스로도 그를 '흉악범'이라 부르며 이번 사건을 '흉악범이 양아치를 죽인 사건'이라 불렀으니까. 그러나 이번 살인 범죄 전까지 그는 범죄라곤 저지른 적 없는 한 시민이었다.

 

 

그러던 중 인터넷에 '장대호 회고록'이 올라온것을 보게되었다. 총 28페이지의 장대호 자필로 작성한 회고를 안읽을수가 없었다. 물론 살인이 직접 묘사가 된 부분은 거의 읽지 못했다. 무서워서.


 장대호 자체가 글을 잘써서 회고록은 술술 잘 읽힌다. 평범한 사람 장대호가 아니 사실 평범에도 못미치던 사람 장대호가 왜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거짓없이 적혀있다. 허세가 없는 사람이다. 쓰는 김에 바로잡자면 현재 알려진 바로는 장대호가 스스로 사형 언도를 원한다고 하는데, 회고록에 직접 쓴 바에 의하면 장대호는 사형을 원하지 않는다. 살인을 한것도 후회하고 있다. (대신 불구를 만들걸 그랬단다.)


 회고록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장대호의 자수하기 전 모텔 근무에 대한 태도였다. 장대호는 유기한 시신이 한강에 떠오르자 체포될바엔 자수를 결심한다. 그런데 자신이 없으면 모텔을 돌볼사람이 없으니 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마치고, 자수 하러 간다. 자기가 모텔 주인도 아니고 모텔이 힐튼급되는 고급 호텔도 아닌데 장대호는 3류 모텔 운영을 걱정하며 자수일자까지 늦춘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살인마가. 실제로 장대호는 모텔에서 인수인계가 끝나자마자 택시를 타고 모텔을 떠나 자수를 했다.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다는 살인을 저지르고도 자신의 일의 책임을 다한 장대호를 칭찬해야 할까, 그만큼 자동으로 일부터 생각하는 모습에 씁쓸해해야할까. 마치 코로나 폐렴에 걸리면 '아 내일부터 당장 회사는 어떡하지?'라는 걱정처럼.  


아무튼 장대호는 살인을 후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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