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Huh Oooh Juk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느Yonu Mar 02. 2020

반지하 마실


상당히 고지야. 올라가는 동안 욕이 좀 나올거야. 지금까지 욕을 안하고 올라온 사람이 없어.

 

 언니는 웃으며 말했고 나는 자신있었다. 내가 기록을 깨보이리라. 욕 안하고 보광동 달동네를 등반해보이리라. 아현동 달동네에서 그랬듯. 하지만 다 오르고 났을땐 결국 탄식처럼 욕 한마디가 튀어나오고야 말았다.


 우리는 가장 높이 올라오고서 가장 낮은 곳으로 다시 내려갔다. 건물의 지하 2층. 지대가 묘한데도 알뜰하게 잘도 뚫어 두어 완전한 지하는 아닌 반지하방.



 캐나다에서 반지하에 살아본 적이 있기에 그래도 참 아늑했다. 마침 기생충을 재탕한 바로 당일이라 그랬을까, 집에 수석은 없나 기웃기웃 거렸다.



 책장에 꽂힌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에 자꾸 눈길이 갔다.


 그 반지하 방에서 예닐곱시간 웃고 떠들었다. 위에서 주차를 하면 드드드드드 하는 소리와 함께 방이 흔들린다. 미국 영화에 등장하는 기차역 옆의 셋방이 떠올랐다. 그 영화들 보면 그 방 주인공들 다 잘되던데. 이 방 주인도 잘 되기를. 염원만 몇번을 했더라.

매거진의 이전글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