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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Huh Oooh Juk

반지하 마실

by 여느Yonu


상당히 고지야. 올라가는 동안 욕이 좀 나올거야. 지금까지 욕을 안하고 올라온 사람이 없어.

언니는 웃으며 말했고 나는 자신있었다. 내가 기록을 깨보이리라. 욕 안하고 보광동 달동네를 등반해보이리라. 아현동 달동네에서 그랬듯. 하지만 다 오르고 났을땐 결국 탄식처럼 욕 한마디가 튀어나오고야 말았다.


우리는 가장 높이 올라오고서 가장 낮은 곳으로 다시 내려갔다. 건물의 지하 2층. 지대가 묘한데도 알뜰하게 잘도 뚫어 두어 완전한 지하는 아닌 반지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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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반지하에 살아본 적이 있기에 그래도 참 아늑했다. 마침 기생충을 재탕한 바로 당일이라 그랬을까, 집에 수석은 없나 기웃기웃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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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꽂힌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에 자꾸 눈길이 갔다.


그 반지하 방에서 예닐곱시간 웃고 떠들었다. 위에서 주차를 하면 드드드드드 하는 소리와 함께 방이 흔들린다. 미국 영화에 등장하는 기차역 옆의 셋방이 떠올랐다. 그 영화들 보면 그 방 주인공들 다 잘되던데. 이 방 주인도 잘 되기를. 염원만 몇번을 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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