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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Yonu Jun 01. 2020

스승을 만난다는 것


 나는 어렸을때 피아노학원을 다녔다. 내 어릴적 여자아이들의 필수코스 중 하나였던. 7살이던 나는 빨리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다. 그 정도로 피아노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하지만 첫 레슨을 받은 뒤 나의 열망은 확 사그러들었다.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레슨이 진행될수록 나는 움츠러들었고 피아노 치는 것이 무섭다가, 나중에는 건반에 손을 올리는 것조차 하고 싶지 않게 되었다.

 이유는 단 하나때문이었다. 피아노 학원 원장선생님의 교육방식. 내가 기억하는 한 그녀는 뾰족히 튀어나온 연필심으로 내가 틀릴때마다 손가락을 찔렀다. 어린기억에 어찌나 그게 무서웠는지 나는 피아노 앞에서 벌벌 떨었다. 지금 생각하면 명백한 아동학대인데 그 시절 나를 대변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의 피아노 교육 실력도 신통치 않았는지 나는 피아노를 배웠음에도 악보를 보지 못한다. 도통 악보를 보지 못하니 앞의 사람이 치는 것을 외워뒀다가 치는 버릇이 들었다. 물론 악보를 외우는 과정 중에도 원장은 소리를 질러가며 나를 괴롭혔다. 그때는 그 소리가 천둥소리 같았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피아노를 잘치지 못한다. 내가 그토록 배우고 싶던 악기였는데 제대로 연주할 줄도 모른다니. 게다가 지금도 나는 피아노를 가까이하고 싶지 않다. 누군가 내게 피아노를 쳐보라고하면 긴장으로 가슴이 떨리고 갑갑하다.


 초등학교 3학년이었나... 그때는 리코더를 처음 배웠다. 마흔 명이 넘는 초등학생들을 한 번에 가르치는 선생님은 운지법이라던가, 이런 기초적 부분들을 매우 빈약하게 가르쳤다. 덕분에 나는 아직도 소프라노 리코더를 잘 연주하지 못한다. 몇몇 친구들은 집에서 리코더 과외도 받고 왔더라. 우리 집에선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도 나는 잘 연주하고 싶었고 집에서 혼자 노력까지 했으나 도통 실력은 나아지지 않았다. 잘 다룰수 있는 악기 하나는 갖고 싶었는데 피아노에 이어 리코더까지 실패하니 나는 내 자신을 탓하고 미워하기 시작했다.


 내가 피아노도, 리코더도 잘 연주하지 못하는 이유가 내 탓이 아닌 교육의 탓이라는 것을 알게된 것은 초등학교 6학년때였다. 담임 선생님은 우리에게 알토 리코더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전에 없이 커다란 리코더를 본 나는 너무 신기했다. 리코더에도 내는 소리 범위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리코더.


 담임 선생님은 곧 알토리코더를 교육하기 시작했다. 나는 긴장부터 했다. 이번에도 망치겠지. 하지만 이상하게 그의 교육은 머리속에 쏙쏙 박혔다. 결국 나는 가장 보편적인 소프라노 리코더는 제대로 못 부는데 알토 리코더는 반에서도 손에 꼽힐만큼 잘 연주하는 아이가 되었다. 우리는 리코더 합주대회에 나가 은상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피식 웃는 악기지만 그래도 하나는 제법 다루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생이 되어서도 나는 중학교 리코더 합주부에서 알토 리코더와 베이스 리코더를 불었다. 알토와 베이스의 운지법이 같기 때문이다. 음악에는 영 젬병인 줄 알았는데 음악 선생님이 박자감이 좋다는 칭찬까지 받았다. 물론 아직도 악보를 볼줄은 모르지만. 중학교 합주대회때는 금상만 연이어 수상했다.


 결국은 교육의 문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나 자신을 탓하고 괴롭혔을까. 그때 만약 내가 다른 피아노 스승을 만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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