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갑자기 다가온 타악기에 당황했지만 선생님의 요청을 거부할수도 없었다. 그날 집에 가자마자 CD 플레이어에 우리 연주할 곡(제목이 기억이 안난다.) CD를 넣고 큰 북 파트를 다 외웠다. CD플레이어를 틀어놓고 귀는 바닥에 대고 있었다. 그러면 큰 북소리 듣기가 더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갑작스런 나의 포지션 변화는 내게 수많은 놀림을 가져다줬다. 아버지를 포함해 친구들은 "얼마나 연주를 못했으면 큰 북이 됐냐 ㅋㅋㅋ" 하며 나를 놀려댔다. 그게 억울했던 나는 결국 2회 합주회 참여를 끝으로 큰 북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 선언에 '이레가박자감이 진짜 좋은데... 이레가 큰 북을 해줘야 작은 북이 잘 따라오는데...' 하시며 못내 아쉬워 하셨다. 하지만 큰 북의 은퇴는 막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