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Huh Oooh Juk

할머니가 두고 가신 숟가락

by 여느Yonu


사촌동생이랑 야식으로 먹으려고 햄버거를 시킨 밤이 있었다. 둘만 먹을거라 둘이 상을 펴고, 신이난 사촌동생은 연신 까르르 대며 햄버거 포장지를 풀었다.


내 손자 손녀들 밥먹는구나!


방에 계시던 할머니가 우리를 보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곧 그녀는 분주해졌다.


젓가락 주야지 우리 손자 손녀들!

하시며 부엌에서 젓가락을 찾고 계신 할머니께 나는 "할머니~ 햄버거는 젓가락으로 못먹어요~ 그냥 방에 계셔 괜찮어~ 우리끼리 먹고 치울게요"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젓가락이 아니야???


하시고는 이번에는 숟가락을 찾기 시작하셨다. 내가 말려도 결국 할머니는 나와 사촌동생의 상에 숟가락 두 개를 두고 가셨다.


내가 초등학생때, 하나에 1천원 해서 사온 데리버거를 할머니가 맛나게 드시던 모습을 나는 기억한다. 할머니는 햄버거를 어떻게 먹는지 아는 분이셨다. 하지만 할머니는 요즘 햄버거에 숟가락을 두고 가는 분이 되셨다.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손자 손녀 챙겨주시겠다고 두고 가신 숟가락을 보며 눈물이 날뻔 했다. 그래서 사진도 못찍었다.


햄버거 먹는 법은 잊으셨지만 사랑은 기억하신다. 사랑해요 할머니. 제발 저는 천천히 잊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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