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느Yonu Aug 31. 2019

한국인은 영국에서 입국심사관을 통과할 필요가 없다

이름하여 프리패스

진지한 브런치에 이런 말이 외람될진 모르나 목놓아 외쳐본다 주모오오오오오!!!!


한국인들은 영국 입국 시 무시무시한 영국 이미그레이션(Immigration 입국심사대)을 마주칠 필요가 없다.


유로, 영연방 국가들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로는 일본, 싱가포르, 한국 3개 국가는 기계를 통해 프리패스로 입국이 가능하다.


방법도 매우 간단해서 여권을 스캔하고, 사진 찍고 입국한다. 심지어 지문 등록도 없이불법 체류자나 불법 난민들 때문에 이미그레이션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영국에서 말이다.


불과 50년 전만해도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였던 나라. 이제는 우리의 위상이 이만큼 높아졌단 말인가. 산업화 세대가 이룩한 한강의 기적의 단물은 우리에게 흐르고 있었다.




이게 얼마나 간편한 입국인지 혹시 모를 분들을 위해 제법 옛날부터 여행을 한 옛날 여행자로서 영국의 케이스는 아니지만 나의 이미그레이션 경험과 몇 가지 들은 이야기들을 풀어보겠다. 


이미그레이션을 마주하는 것은 결코 즐거운 경험이 아니다. 장시간의 비행을 마친 뒤 짐을 찾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이미그레이션에 들어가면 이미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입국심사관의 부르심을 기다리며 긴 줄을 만들고 서있다. 그러면 나도 그 줄에 서서 입국심사관의 부르심을 기다려야 한다. 당연히 기다리는 동안 의자 따윈 없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이라도 있으니 휴대전화 들여다보며 시간을 죽인다 쳐도 스마트폰 조차 없던 시절에는 책도 한 권 준비 안 해가면 정말 지루함과의 싸움밖에는 할 게 없다. 혹은 영어를 잘 못한다면 '입국심사 주요 질문지' 등의 종이를 여러 번 읽어가며 질문과 답변을 달달 외우면서 덜덜 떨고 있는 수밖엔 없었다. 비교적 조용히 대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만 있으면 고맙지만 중간에 아이라도 섞여있어 아이들이 칭얼대거나 울음이라도 터뜨리게 되면 어른으로써 미안하지만 나도 힘들어진다. 


입국심사관은 당장에라도 나를 추방 보낼 수 있다. 돌아가는 티켓값은 당연히 내가 부담한다. 추방 기록이 남으면 향후 그 나라 혹은 그 나라가 포함된 대륙에 입국하기가 어려워진다. 이건 국가마다 규정이 서로 다르다. 추방만은 피해야 한다. 그러나 입국심사관은 그런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현장에서 입국심사관이 한 명이라도 추방 보내는 일이 발생하면 대기줄 전체가 얼어붙는다. 그 심사관한테 심사를 받게 되면 나도 재수가 없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럼 마음속으로 빌어야 한다. 제발 내 차례 때 저 인간만 아니기를.


입국심사관을 마주하면 방문 목적을 묻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 외에도 별 이상한 질문을 쏟아낸다. 애인은 있느냐 결혼은 했느냐 직업은 있느냐 등 '니가 무슨 상관인데?' 싶은 질문까지 한다. 물론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될 함정 질문들이다. 입국심사관은 내가 자기를 속이고 입국한 뒤 자기의 나라에 눌러앉아버릴까 봐 저런 사생활을 꼬치꼬치 캐묻는 것이다. 실제로 저런 짓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선량한 우리까지 피해를 보는 거겠지. 


여기에 당신이 영어를 못한다면 상황은 더 꼬일 확률이 높아진다. 이럴 때는 무조건 통역가를 불러달라고 하는 편이 좋다. 내가 들은 케이스는 이런 것이 있다. 아마도 2000년대 초반에 발생한 사건이다. 영어를 못하는 분들이 캐나다에 있는 친척집을 방문하려는 상황이었다. 입국심사관은 방문 목적을 물었고 친척을 방문한다고 답변했다. 입국심사관은 다시, "왜 친척을 방문하느냐"라고 물었다. 이 분은 좀 얼어붙어서 "친척이 집수리를 할 건데 그걸 도와줄 거다"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입국심사관은 매서운 질문을 던졌다 "집수리를 도와준다고? 일(Work)할 거냐?" 그분은 들어보니 맞는 말 같아서 얼떨결에 그냥 "Yes"했다. 그리고 바로 입국 거절당했다. 바로 저 단어 Work 때문에. 입국심사관은 가차 없이 그분을 잠재적 불법취업자로 간주하고 입국을 거부해버린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고 하는데 이미그레이션에서는 말 한마디에 당신을 골로 보내 버린다.                                                                                     


잘 꾸미고 간 당신의 외형도 혹은 여자라는 이유도 입국심사관의 트집 요소가 될 수 있다. 직업여성이라는 오해로. 나는 애초에 비행 자체가 스트레스기 때문에 비행기를 탈 때는 화장도 하지 않고 웬만하면 브래지어도 착용하지 않은 채 티 안나는 가장 편한 옷만 입는다. 그리고 비행기에 내리면 이미 반은 죽어있다. 하지만 입국심사관 앞에서 비실대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건강 의심으로 나를 돌려보내거나 추가 건강검진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 그래서 대기줄에서는 죽어있다가 입국심사관 앞에만 가면 자본주의 미소... 가 아니라 입국심사 통과용 미소와 활기를 장착한다. 거 참, 남의 나라 입국하기 더럽게 힘들다.





그러니 이 단물을 즐기자. 자동입국심사라니. 주모! 



유럽 유랑하다 매거진의 많은 글들은 현재 브런치북 '안녕, 낯선 사람: 유럽편'으로 옮겨진 상태입니다. 더 많은 글들은 https://brunch.co.kr/brunchbook/gurapa

요 책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보리스 총리 새 시대에서 브렉시트 시위대를 만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