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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Yonu Sep 16. 2019

영국의 남쪽에서 천년나무와 함께 숨을 쉬다.


나의 영국 여행의 큰 목적 중 하나는 내가 참 좋아하는 사진작가 라미현 오빠(이하 라미 작가님)의 작업을 보조하는 것이었다. 덕분에 라미 작가님의 작업 Project Soldiers에 참여도 하고, 한국전쟁 영국군 참전용사 할아버지들도 만나고, BBC Korea 취재팀도 만나고, 카메라도 맘껏 만지고, 피곤에 떡이 되어 숙소에서 기절도 해봤다.


http://www.koreaherald.com/view.php?ud=20190728000137

라미 작가님이 궁금하시다면 이 기사를 참고하세요.




라미 작가님의 작업을 도우며 잊지 못할 기억이 하나 있다면 바로 1000년 나무를 만났다는 것이다.

1000년 인증샷


1000년의 세월이란 엄청난 것이다.

인간의 수명이 100년이 채 되질 않으며 한반도 통일왕국이었던 신라가 1000년 왕국이었다는 점에서 세계가 주목한다.


2019년에서 1000년을 거슬러 올라가면 1019년으로, 고려시대 귀주대첩이 있던 해다.


한국에도 1000년의 나무가 왜 없었을까마는 우리는 숱한 전쟁을 겪었고 목조주택양식의 문화 그리고 추운 겨울 난방을 위해 우리 조상들은 끊임없이 나무를 소비해야 했다. 실제로 새마을운동 전이나 전국 도시가스 혹은 LPG 가스 보급 전만 해도 대한민국에는 민둥산이 많았다.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나무의 속을 훔쳐보기도 하고 은근슬쩍 만져도 봤다. 이 결에 얼마나 많은 시간의 공기와 바람이 스쳐갔을까. 내 손길도 한번 담아줘서 고마워요 나무님.


이건 덤으로 받은 나와 나무 샷. 촬영을 보조 중이었기 때문에 내가 직접 촬영한 나무의 전체 모습은 없다. 


나는 여전히 라미 작가님의 촬영을 보조하며 바빴지만 나중에 라미 작가님이 고생했다고 찍어준 이 '서비스 컷'을 받을 받았다. 받은 사진을 들여다보며 내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나무와 함께 숨을 쉬고 그늘에 안식을 취하고 지나갔을지가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죽어도 이 나무는 앞으로 천년을 더 살지 모르는데, 그러면 나도 나무 곁을 맴돌았다는 걸 나무가 기억해주겠지. 


천년나무의 곁을 맴돌며 그 자취를 느끼고 함께 숨을 쉬어본 소중한 경험이었다. 



유럽 유랑하다 매거진의 많은 글들은 현재 브런치북 '안녕, 낯선 사람: 유럽편'으로 옮겨진 상태입니다. 더 많은 글들은 

https://brunch.co.kr/brunchbook/gur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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