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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Yonu Sep 10. 2019

보리스 총리 새 시대에서 브렉시트 시위대를 만나다

유럽에서 체류하는 동안 메이 총리가 내려가고 보리스가 영국의 새로운 총리로 당선되었다. 사실 국제부 일할 때야 관심 있었지, 직장을 그만둔 뒤로는 브렉시트가 어찌 되건, 메이 총리가 사임을 하건 관심도 없었다. 다만 프랑크푸르트에 와서 TV를 켰는데 보리스가 영국의 새 총리가 되었다고 나온 뉴스를 봤을 뿐이다. (그리고 이어진 뉴스는 러시아 전투기 한국 상공 침범)


바로 이 뉴스 때문에 독일인 친구들이 "너네 나라 전쟁 나는 거니?"라며 걱정을 했다. 나는 러시아가 미쳤나 했다 정말.




본래 런던에서 고흐 전시를 볼 계획이었으나 전시 시간을 맞추지 못해 계획이 틀어졌고 그 길로 템즈강을 끼고 런던을 떠돌다 영국 의사당 근처에서, 브렉시트 시위대를 만날 수 있었다.



보통 영국의 노년층은 브렉시트를 찬성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분들은 특이했다. 딱 봐도 나이 지긋하신 분들. 마침 시위를 응원하고 계시는 노신사와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그는 영국 보수당이 본래 75세 이상 국민들에게 무료였던 TV 시청권을 유료화시키는 것에 대해 화가 나 있었다. 그에게 메이 총리에 대한 의견을 묻자 "Well, Miss May는 말이야"라고 시작하며 그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번에 새로 선출된 보리스에 대해 묻자 그는 "멍청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다음 선거에서 보리스를 필두로 한 보수당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다. 선거가 언제냐고 묻자 "보리스가 결정할 일인데 지켜봐야 한다"라고 나의 우문에 현답을 주었다.


걷다가 바닥을 보니 꽤 직설적인 욕설이 적혀 있었다.


영국의 주요 정부 기관들이 모인 길을 주욱 따라가다 보니 더 많은 시위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정부 요인이 탄 것으로 보이는 검정색 차가 지나갈 때는 다들 "Shame on you!" "Shame on you!" 하고 소리를 쳤는데 그 모습이 정말 살벌했다. 나는 또 "저 차 안에 탄 사람이 누구냐"고 시위대 중 한 명에게 물었는데 누군지는 모른다고 했다. 내심 보리스 총리라도 탄 차가 지나가는 장면을 기대했는데 생각해보면 지나친 강 건너 불구경을 기대한 나의 불온한 상상이었던 것 같다. 



남이 망하면 나는 사는 냉혹한 국제관계의 현실.


프랑크푸르트에 있을 때, 대화를 나누게 된 프랑크푸르트 사람들은 브렉시트로 영국의 금융회사들이 프랑크푸르트로 많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암스테르담에 있을 때, 대화를 나누게 된 암스테르담 사람들은 브렉시트로 영국의 금융회사들이 암스테르담으로 많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내심 기뻐하는 게 보였다. 기업이 자신의 도시로 오면 그만큼 일자리도 창출되고 도시에 돈이 더 돌게 되거니와 도시에서 걷을 수 있는 세금도 늘어나니까.  남이 망하면 나는 사는 냉혹한 국제관계의 현실.


그래서 브렉시트는 진짜 어떻게 되려나. 현재도 오리무중이다. 



웃자고 덧붙이는 글. 영국에 보수당 보리스가 있다면 여느는 보수의 아이콘이다


사건의 발단은 2011년에 시작됐다. 뉴욕을 배낭여행 중이던 시절이었다. 뉴욕 하면 자유의 여신상 아닌가. 나는 망설임 없이 자유의 여신상으로 향했다. 그런데 자유의 여신상. 보수중. 결국 나는 자유의 여신상 발치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왔다. 


그 뒤로는 해외에 나갈 일이 거의 없었다. 한국에 돌아와 학업에 쫓겼고, 잠깐 태국에 나간 적이 있었지만 업무차였다. 중간에 캐나다 밴쿠버에서 몇 년 정도 체류했으나 어디까지나 한국에서처럼 학업과 일을 위한 체류였기에 딱히 어디 관광을 다닌 기억이 없다. 나보다 짧은 기간 밴쿠버를 방문했던 사람들도 다녀온 그 흔한 빅토리아도 나는 가보질 못했다. 


그리고 2019년. 나는 유럽 땅에 와있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당당한 걸음으로 향한 괴테하우스. 괴테가 태어나서 사망한 바로 그 집. 그러나 괴테가 정말로 작품을 집필하고, 그의 생활이 가장 많이 담겨있는 괴테하우스 3층, 보수중. 



런던에서 고흐 전시를 놓치고 내친김에 빅밴이나 보러 갈까 하고 미스권에게 "우리 빅밴이나 보러 갈까요?"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 "여느야 몰랐어? 빅밴 보수중이야." 빅밴, 보수중.



템즈강을 끼고 걷던 중 마주한 007의 근무지 MI6, 말해 뭐해. 또 또 보수중. 



그렇게 나는 보수를 몰고 다니는 여자가 되었고, 보수의 아이콘이 되었다. 음...?



유럽 유랑하다 매거진의 많은 글들은 현재 브런치북 '안녕, 낯선 사람: 유럽편'으로 옮겨진 상태입니다. 더 많은 글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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