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의 마지막이 다가왔다. 나의 마지막 여행지는 스페인이었다. 흉흉한 소매치기 소문들, 주변 친구들이 직접 겪은 스페인 사람들의 불친절함 때문에 애초에 갈 계획은 없던 나라였다. 하지만 캐나다 유학시절 만난 스페인 친구가 "우리 집에서 재워줄 테니 무조건 오라"고 제안했고 마침 여비도 거의 떨어져 갈 곳 없던 나는 스페인으로 향했다.
원래는 기차를 탈 계획이었는데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드리드까지 기차만 4번 갈아타야 하는 데다가, 유레일의 무시무시한 연착에 이미 진이 빠질대로 빠진 나는 가장 싼 항공사 표를 예매하는 것으로 마드리드행을 결정했다.
체크인을 대기하다가, 앞에 있던 미군으로 보이는 (미군 맞았다) 흑인 미국인에게 "여기가 마드리드 가는 항공사 맞지?" 하니까 그는 발음도 특이하게 "오 매~드리드" 했다. 굉장한 남부 억양. 그는 곧 아내와 페이스톡을 시작했다. 그의 대화를 본의 아니게 엿듣는 동안 그가 왠지 아칸소 출신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친구도 아칸소 출신인데 그처럼 영어를 한다. 아내와 들뜬 통화를 하던 중 그가 "알겠어 아칸소 갈 때까지 기다려!"라고 말하는 순간 괜히 반가워서 그에게 아는 체를 할뻔했다. 내 고향이 아칸소도 아니면서.
우리는 버스를 타고 비행기까지 이동했다. 버스에서 바라봐도, 한눈에 보아도 정말 자그마한 저 비행기. 베를린에서 런던으로 갈 때도 정말 자그마한 비행기를 탔었는데, 이번이 두 번째네.
와중에 하늘이 참 예쁘다.
이 자그마한 비행기는 객실용 짐도 들고 탈 수 없어 비행기 화물칸에 따로 넣어야 했다. 뭐 머리 위로 짐이 쏟아질 걱정은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 옆자리에는 스페인 출신의 페페 아저씨가 탔다. 개구리 페페 말고 이름이 페페... 비행 동안 그와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내가 "비행기가 참 작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작은 이베리아 항공기들은 보통 스페인 국내선에 이용되는데 요즘은 국제선에도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페페. 그는 정말 똑똑한 생태학자였다. 입냄새가 좀 난 것을 제외하고는... 그와의 이야기는 다음에 따로 포스트로 적을 만큼 재미나다. 그러므로 다음 포스트에 그와의 재미났던 대화들을 적겠다. 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