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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Yonu May 28. 2021

영화 화이트 타이거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잔잔한데 무시무시한 영화들이 있다. 이 영화가 그랬다. 화이트 타이거(백호)


민주주의, 자동차,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21세기 사회를 살면서도 거대한 빈부격차, 호적 없는 사람들, 법보다 가까운 힘, 계급제와 같은 야만이 공존하는 나라 인도.


하필 카스트 저 밑바닥 무식하고 쥐뿔도 없는 가정에 백호 '발람'이 태어난다. 유난히 영특한 아이 발람에게 선생님은 "너는 몇 년에 한 번 태어나는 백호같이 특별한 아이야"라고 말한다. 소년 발람은 신이 났지만

다음날 가난 때문에 학교를 그만둔다.


그렇게 발람은 백호의 기억을 잊는다.


어느 날 성장한 바람 앞에 그 동네 사람 모두가 빚이 있는 재벌집 아들 아속 등장한다. 속은 미국 유학을 마치고 아주 멋지게 금의환향했다.


은 나이도 비슷한데 발람은 결심한다. 내가 저분의 하인이 되리라. 발람의 백호가 깨어나고 있었다.


없는 살림에 발람은 월급 전부를 가족에게 헌납하는 조건으로 할머니에게 돈을 빌려 운전을 배운다.

아속의 운전수가 되기 위해서.


그렇게 발람은 아속의 충직한 하인이 된다.


같은 하인이면서 주인님 없을 땐 주인 행세하는 제1운전수의 약점을 기어코 찾아낸 발람은 그를 협박해 쫓아내기까지 한다.


제1운전수는 무슬림이었고, 발람의 주인님은 무슬림을 싫어했다.

인도는 아직도 무슬림, 시크교, 힌두교도들이 으르렁거리는 나라다.


"한 번만 도와줘, 나에겐 가족들이 있어"

처절하게 애걸하는 제1운전수에게 아속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한다.


"가족이 없는 사람도 있어요?"


"잡아먹던지, 잡아먹히던지" 백호 발람은 제1운전사를 잡아먹었다. 영화의 포스터처럼.


제1운전수가 쫓겨나자 발람은 곧 주인님의 총애를 받게 된다.


아속과 아내 핑키는 선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인도가 아닌 미국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이었기에 모순적인 인도 사회마주할 때마다 분통을 터뜨린다. 특히 부패한 정치인에게 집안에서 늘 그래 왔듯 뇌물을 바치러 가야 할 때.


인도의 정치 부패도는 전 세계 탑을 웃돈다. 발람의 주인님이 부패한 인도 정치인들에게 가져다주는 돈의 양은 발람의 몇 년 치 연봉과 맞먹었다.


핑키는 아속에게 더욱 특별한 존재로 다가온다.


핑키는 사실 이 집안에서도 특이한 존재였다. 사실 핑키는 미국에서도 가난한 인도 이민자의 딸이었다.


낮은 카스트로 인해 위생 관리 조차 배우지 못한 아속을 면박 주는 집안사람들 대신 아속에게 변화할 수 있다고 키는 알려준다.


아속에게 "너는 백호야"라고 알려줬던 선생님처럼 핑키는 자신도 모르게 아속의 백호를 깨우고 있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이빨을 닦으며 발람은 생각한다. 왜 아버지는 내게 이빨을 닦는 것조차 가르쳐주질 않았을까.


발람의 어두운 피부와 하얀 피부가 대조를 이루며 그에게서 백호가 보인다.


그러다 문제가 생긴다. 핑키와 아속의 결혼기념일. 술에 취한 핑키가 기분이 좋아 아속 대신 운전대를 잡는다. 아찔한 운전이 몇 번 계속되다가 결국. 핑키가 사람을 치고 만다.


당황한 아속과 핑키 앞에 구원자는 발람이었다. 발람이 전문이었다.


"어차피 이 나라에는 자기가 낳아놓고도 몇 명이나 낳았는지 모르는 부모 투성이에요. 아마 신고도 안 할 거예요. 그냥 가요."


그날 밤 발람은 주인님을 위기에서 구했다는 뿌듯함을 가득 안고 잠에 든다.


다음 날. 아속과 아속의 부모님들. 그들이 발람을 부른다. 전에 없이 발람에게 친절하다. 그리고 그들은 발람에게 종이 한 장을 내민다.


'저 발람은 어젯밤 혼자 차를 몰고 가다가 사람을 치었습니다'


발람은 당황하지만 싫다고도 못하고 예의 노예들이 그러하듯이, 권위에 압도돼 가짜 진술서에 서명을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핑키가 차로 친 그 아이 가족이 나타나지 않아 경찰도 수사를 종결해버렸다. 발람은 가슴을 쓸어내린다.


발람은 그제야 후회한다. 왜 그렇게 복종했는가. 어쩌면 발람은 목격자였기 때문에 발람이 그 상황을 이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발람은 복종했다. 발람은 하인이었기 때문이다. 발람은 아직 백호가 덜되었기 때문이다.


주인집의 횡포는 심해진다. 발람에게 주는 월급의 봉투가 얇아진다.


그렇다. 주인님은 말잘듣는 하인을 원할 뿐. 내가 잘못했을때 나대신 기꺼이 목숨을 내놓을 하인을 원할 뿐. 못하겠어? 그렇다면 너는 가치없는 놈이다. 가차없이 쫓아낼수 있는 놈이다.


다른 하인이 한소리 한다. "어이구 멍청한 자식. 그래 가지고 퇴직할 때 판잣집 하나 사겠냐?"


발락은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다. 이렇게 일해서, 판잣집 하나 사려고. 판잣집 하나 사려고 이렇게 일했나.


발락은 그때부터 조금씩 꼼수를 쓰기 시작한다. 차가 고장 났다고 거짓말을 쳐서 주인님의 돈을 뜯어내고, 몰래 주인님의 차로 픽업 서비스를 운영한다.


그래도, 아무리 개처럼 일해도 주인님이 정치인에게 바치는 뇌물만큼도 벌 수 없다.


그 와중에 핑키는 아속을 떠난다. 양심을 못 이긴 것이다.


이 일로 아속과 발락의 사이는 틀어진다. 그리고 어느 날. 비가 많이 오던 날. 발락 속의 백호는 이빨을 드러낸다.


"타이어가 터졌어요. 같이 나와서 여기만 고쳐요"


주인님 아속이 차에서 내린 틈을 타서 발락은 그의 뒤를 친다. 그리고 아속이 가지고 있던, 원래는 부패한 인도의 정치인에게로 가기로 되어 있던 돈을 훔쳐 달아난다.


발락은 과거의 자신을 태운다.


경찰서에 당당하게 가서, 살인 용의자가 되어있는 자신을 더 이상 좇지 않는 조건으로, 혹은 다른 사람을 대신 누명을 씌워 집어넣는 조건으로 경찰을 매수한다. 이젠 발락도 할 수 있다. 돈이 있으니까.


이제 그 가난한 발락은 없다. 발락은 이제 화이트 타이거 택시회사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는 이제 자신을 백호라 부른다.


발락은 문득 신문을 읽다가 한 기사를 본다. 자신의 고향에서 가족 14명이 살해당했다는 이야기를.


발락의 가족들이 야속의 가족들에게 복수를 당한 게다.


영화 화이트 타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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