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엠립에서 하노이로 넘어가는 여정이었다. 나는 비엣젯항공을 예매했고, 시간이 되자 카운터발권을 하러 갔다. 그런데 직원이 하노이에 간 후 일정에 대해 묻는다. 하노이 이후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정이었기에 그렇게 얘기하고 티켓도 이미 끊어 둔 상태라고 말했다. 덧붙여 돌아가는 티켓(하노이-인천)도 비엣젯항공이니 너희 시스템에 있을 거라고 전했다. 직원은 일단 확인해봐야 하니 기다리라 말했다. 인천 티켓 없으면 비행기 못 타냐고 물었더니 여전히 기다리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동안 쿠알라룸푸르, 씨엠립에 입국하면서 한 번도 겪지 못한 일이었다. 그 어떤 항공사 직원도, 이미그레이션 직원도 나의 다음 일정을 묻지 않았다. 그리고 여행을 하며 만난 한 달씩 동남아를 여행하는 백패커들은 '오늘은 여기, 내일은 저기' 이런 식으로 다음 국가를 정해 비행기에 오르곤 했다.
씨엠립 신공항에 이런 편한 의자도 있어서 여기에 앉아기다렸다. 씨엠립 공항은 그다지 분주하지 않아 자리도 많았다. 단, 언제든 비엣젯항공 측이 나를 찾으면 나를 볼 수 있도록 혹은 내가 그들을 볼 수 있도록 발권대와 가까운 거리를 유지했다. 사실 비행기를 못 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인천 가는 티켓이 있으니까. 그런데 굳이 빡빡하게 구는 이유는 납득이 잘 안 갔다. (물론 이 이유는 나중에 인도를 향하는 백패커를 통해 알게 됐다)
이 작은 소동은 정말 싱겁게 끝났다. 약 30분 정도 기다리자 다른 직원이 노트북을 들고 나타났다. 그 직원이 자기들 시스템에 내 인천행 표가 있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나는 바로 가도 좋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렇다면 비엣젯항공에서 내 '돌아가는 표'까지 확인하며 빡빡하게 굴었던 이유는 뭐 때문이었을까?
이건 내가 인천으로 돌아가던 날 옆자리에 앉은 백패커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의 말에 따르면 승객을 탑승시켰는데 그 승객이 해당 국가 입국이 거부될 시 이에 대한 벌금이 부과되고, 그 벌금은 담당 항공사 직원이 내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는 인도 비자를 가지고 있는데 여권이 만료돼 새 여권을 만든 상태였다. 분명 인도 이미그레이션으로부터 인도 비자가 있는 구여권과 신여권을 함께 가지고 오면 입국이 허용된다고 확인받았으나 비엣젯항공 측에서 확신이 없어 무한 대기 중이었다. 랜딩 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대기가 길어지자 그는 "오늘 못 가면 내일 인도 대사관 다시 가야지 뭐..." 하며 거의 체념한 상태였다. 하지만 다행히 그는 비엣젯항공 인도행 비행기에 무사히 탈 수 있었고 내게 브이~를 날리며 사라져 갔다.
아무튼 나도 앞으로 비엣젯항공을 탈때는 다음 여정까지 증명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