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몸이 먼저다

사람의 몸과 마음은 이어져 있다.

by 요니

인생의 원수는 회사에서 만난다는 말이 있다. 정말 그렇다. 학생 시절 인간관계는 큰 무리가 없다. 성향이 안 맞는 친구가 있으면 안 만나면 그만이다. 하지만 회사생활에서 인간관계란 그렇게 쉽지가 않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을 때 우리 그룹에는 3명의 여자 상사가 있었다. 2명은 미혼이었고, 그룹장 혼자 결혼했다. 모두 나이 차이가 12살 이상이었다. 입사를 한 지 1달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우리 그룹은 회사에서 정말 같이 일하기 힘들기로 유명한 곳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회사 동기들은 내가 몇 달만에 그만둘지 내기를 하였다고 한다. 일도 힘든 곳이었지만 사람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내가 입사하기 전부터 미혼의 그녀들은 서로 사이가 안 좋았다. 소문에는 회식자리에서 머리채를 붙잡고 싸웠다고 한다. 진실은 모를 일이다. 하지만 회의를 시작하면 얼음장 같은 분위기에 숨조차 쉴 수 없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룹장님은 어린 내가 그룹 분위기를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명랑 발랄하던 24살짜리 신입사원은 점차 그 분위기에 물들어갔고, 조용히 숨죽인 쥐처럼 회사를 다녔다.


일을 할수록 스트레스가 쌓였다. 막내인 나는 대부분의 잡일을 도맡아서 했는데, 6년 동안 직속 후배가 없었다. 그런데 한 해가 지날수록 중요한 업무는 하나씩 늘어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질이 괴팍해졌다. '회사가 내 성격을 다 버려놨어'라는 선배의 말이 현실로 다가왔다.

그런 나의 유일한 탈출구는 먹는 것과 술이었다. 저녁에 야근하고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동기들을 불러 근처 곱창집에서 소주를 들이부었다. 나쁜 상사를 안주삼아 씹고 씹었다. 당장은 기분이 좋았다. 각자의 상사 욕으로 공감대를 쌓으니,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라는 위안을 받았다. 약속이 없을 때는 배달음식과 맥주가 나의 저녁이었다. 예능을 보며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면 '그래! 이 맛 때문에 돈 벌고 산다.'라며 순간의 행복에 젖었다. 나쁘지 않았다. 다만 그런 일이 매일 있었을 뿐이다.


살이 점점 찌기 시작했고, 해마다 건강검진 기록에서 유소견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점점 내 몸은 처지고, 힘이 없었다. 더 이상 이렇게 지내면 안 되겠다 싶었다. 운동을 시작했다. 회사 근처의 헬스장을 3개월씩 등록했다. 1년 하면 반값에 할 수 있지만 나는 나의 의지력을 믿지 못한다. 퇴근을 하고 유산소로 땀을 흘렸다. 처음에는 힘들더니 익숙해지고 나서부터는 묘한 쾌감이 찾아왔다. 몸은 점점 탄탄해지고, 스트레스로 지끈거리던 두통도 사라졌다. 땀이 얼굴에 송골송골 맺힐 때쯤 심호흡을 크게 해 본다. 그 순간 나의 호흡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회사의 모든 상황이 멀게만 느껴졌다. 더 이상 회사에 얽매여있는 회사원이 아니었다. 3개월이 지나 다시 6개월을 등록했다. 6개월이 지나고 나서는 집에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운동을 하고 나니 식습관이 바뀌어 간다. 열심히 운동한 것이 아까워 술과 음식을 가려 먹기 시작했다. 몸을 가볍게 하는 상태가 점점 좋아지기 시작한다. 최근에는 내 버킷리스트였던 바디 프로필을 촬영했다. 헬스 트레이너와 같이 전문적으로 근육질은 아니지만 내 인생의 최상의 상태였음을 확실하다.

폭식과 폭음에서 벗어나 운동을 시작하고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나를 나쁘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은 행복할지 몰라도, 건강이 나빠지면 자존감이 더 낮아진다.

무엇이든 몸이 먼저다. 감정을 다스리고 싶으면 운동을 하라. 그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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