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적으로 검색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고 물어보면 답이 잘 떠오르지는 않는다. 반복적으로 무언가를 검색하는 게 있었던가? 솔직히 말하자면 검색한 대부분의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것 같다. 오늘 나는 무엇을 검색했나. 네이버에서 최근 검색 기록을 찾아봤다.
'사랑방 선물 사탕'
'맞춤법 검사기'
'부기나이트 폴 토마스 앤더슨', '부기나이트 오마주'
'블레이드 러너'
'시리즈온 영화'
'좀비버스'
'플릭스 패트롤'
놀라운 건 이 글을 쓰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내용을 검색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왜 검색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본다.
사랑방 선물 사탕
<보통의 서사> 프로젝트에 글감 중 이런 단어가 있었다. 먼저 찾아 나서진 않지만 눈에 띄면 반가운 즐거움, 사랑방 선물 사탕 같은 이야기를 써달라고 하는데 그게 대체 뭘까? 궁금해서 검색했다. 알고 보니 캔디 상표였다. 파란색 원통에 가득 담긴 무지갯빛 사탕. 지금은 그 이름이 보다 '참스캔디'가 검색어 메인으로 더 잘 보인다. '추억의 사랑방 선물 사탕'이라는 제목의 블로그 글도 보여 클릭해 본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동그란 사탕들. 기억을 되짚어 보니 어렸을 때 아빠의 크리스털 재떨이 옆에 있었던 것 같다.
이미지를 봤으니, 주제를 더 잘 쓸 수 있을까? 그렇게 되진 않을 것 같다. 예기치 못했던 작고 소소한 행복과 은은하게 퍼지던 달콤한 이라니, 단어에 맞는 이야기를 찾으려고 여전히 허우적거리고 있다.
맞춤법 검사기
부끄럽지만 맞춤법에 무척 약하다. 많은 글을 썼지만, 여전히 내 글은 비문과 오문투성이다. 어릴 적에 국어를 못 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이런 부분에는 정말 약한가 보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지금 나는 모든 글을 맞춤법 검사기에 100% 의존하고 있다. 블로그나 브런치 등 포털 사이트에 기능이 달린 맞춤법 검사기를 활용하거나,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를 쓴다.
맞춤법 검사기가 만능은 아니라는 걸 안다. 그러나 정확한 기준을 배우지 않았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다른 사람들은 맞춤법을 어디서 배우는 걸까.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다 아는 걸까. 궁금하다.
공부하면 되는 걸 귀찮다는 핑계로 (언젠가 완벽한 맞춤법 검사기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한몫했다) 미루고 있다가 최근 들어 맞춤법 관련된 책 3권 정도를 샀다. <끝내주는 맞춤법>이라는 책이 마음에 쏙 들어 구몬학습 문제집처럼 하루에 1장씩 풀고 있다. 언젠가는 해결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쭉 신세를 져야 할 것 같다.
부기나이트
인상 깊은 영화를 보면 최종 내용 너머의 일들이 궁금해진다. <부기나이트>는 폴 토마스 앤더슨(PTA)이 단번에 눈에 띄는 감독이 된 작품인데, 주말에 보고 궁금해져 검색했다. 내용은 포르노 영화계에 몸담게 된 주인공의 성공과 실패 스토리이다. 이야기만 두고 보면 무척 단순한 구조지만 연출에서 감명받았다. 첫 장면의 롱테이크 신이나, 중간중간 쇼트커트로 표현된 클로즈업 디테일들. 보여줄 것처럼 보여주지 않으면서 서사를 끌고 가는 연출. 주변 인물과의 앙상블도 매력적이었다. 여러 형태의 가족이 있을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 등 흥미로운 지점이 많았다. 이런 여러 감정이 느껴지면 검색하지 않고는 못 배기지.
나무위키에 들어가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쭈욱 읽어보고, 어떻게 이런 작품이 나오게 되었는지 찾아본다. 또 작품이 어떻게 오마주 되었는지 확인해 보곤 한다. 이런 일련의 숨겨진 이야기를 찾는다. 이야기에 숨겨진 더 깊은 섬세함을 찾는 걸 좋아하는 건 어쩌면 인간의 본능이 아닐까.
블레이드 러너
또 영화 검색이다. 이번에 나는 SF 단편소설에 도전했는데, 한 분이 <블레이드 러너>를 참고하면 좋겠다고 추천해 줬다. 주말에 남편과 함께 봤는데, 불친절한 설명에 액션도 적고 정적인 분위기네 싶었다. 다만 스타일만은 확실히 있는 영화라고 생각됐다.
검색해 보니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더불어, SF 사이버펑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라고 적혀있었다. <블레이드 러너>의 세계관이 디스토피아에다가 우울하게 그려지는데, 그 이미지에 영향을 받은 게임이나 영화들이 무척 많다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 지금 봐서는 굳어진 장르처럼 익숙한 이미지인데, 예전에는 참 충격적이었겠구나 싶다. 내가 좋아하는 만화 중에 <모브사이코100>가 있는데, 이 만화는 1990년대 <AKIRA>라는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았고, <AKIRA>는 <블레이드 러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1980년대에서 시작된 사이버펑크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건, 참 신기한 일이군요.
시리즈온 영화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쿠팡까지 OTT를 여럿 구독하지만 그런데도 보고싶지만 없는 영화가 있다. 그럴 때면 네이버 시리즈온 영화에 들어가서 대여하거나 소장한다. 화질을 따지는 편도 아니라 보는 데 불편함이 없다. 영화 선정이 점점 마니악해진다는 오빠의 꾸중을 듣지만 어쩔 수 없다. 영화를 파면 팔수록 내가 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으니까. 최근에는 '위너브라더스 100주년 클래식 영화 컬렉션 세트 : 총 13개의 작품'을 2만 원 주고 구매했다.
좀비버스
마지막 연휴에 남편이 정주행하고 싶다고 해서 옆에서 팔짱 끼고 보게 된 좀비버스. 내가 좋아하는 예능이었던 '무한도전'에 참여한 PD가 만들었다고 한다.
좀비 바이러스가 번진 세상에서 탈출하는 스토리로 버라이어티와 게임 요소를 섞은 예능이다. 좀비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게임 요소와 한숨 돌리게 하는 재미 요소를 잘 섞었다고 느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출연자의 대사는 어디까지가 애드리브인지 그런 요소를 따라가는 게 재미있었다. 한편으로는 영화나 드라마처럼 아예 허구는 아니기 때문에 공포감보다 출연진들이 다치는 게 걱정되어 조마조마했지만. 부산행이나, 킹덤, 좀비랜드와 같은 한국좀비물의 오마주도 있어서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나저나 넷플릭스가 제작하게 되면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는구나 싶었다. 영화 세트장 규모라고 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예능이었다. 예전보다 글로벌해지는 스케일에 다음은 어디까지 갈지가 궁금해졌다.
플릭스 패트롤
플릭스 패트롤은 영화, OTT 등의 인기 순위를 매기는 미국의 랭킹 사이트다. 앞서 나온 좀비버스가 다른 나라에서 1위를 했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진짜 그런지 순위를 파악하기 위해서 검색해 본 내용이다.
사람들은 왜 순위를 좋아할까. 베스트셀러 순위, 영화 순위, 인기투표, 넷플릭스 순위, 인급동. 우리는 무언가 순위를 매기는 걸 좋아한다. 숫자란 무서운 힘이 있는 것 같다.
평소에는 무심코 검색하는데 이렇게 하나하나 기록해 보니 왜 검색하는지 알게 돼서 흥미롭다. 이제 더 이상 못 찾을 게 없는 검색의 시대라는 것도, 어딘가에는 무엇이든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내 글 역시 인터넷상에서 떠돌고 누군가가 검색하겠지하며 별별 생각이 다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