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아를 재우려고 안고 있을 때였다. 기저귀에 손가락을 넣었는데 끈적한 게 느껴졌다. 검지 위에 묻은 갈색의 그것. 손에 이렇게 푹 묻은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아이를 안고 내 손가락을 대충 씻은 다음, 아이의 엉덩이를 씻겼다. 아이는 개운한지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나는 “미리 알아채지 못해서 미안해”라고 말했다.
6개월 정도 관찰한 결과 도아는 예민한 아이가 아니다. 잘 울지 않고, 울더라도 울음이 짧다. 이른 무렵부터 길게 잤고, 원더윅스나 이앓이에도 새벽에 잘 깨지 않았다. 가끔 밖에 나가 다른 사람을 만나면 “애가 참 순하네요.”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육아가 그나마 덜 힘든 건 아이의 기질 때문인지도 몰라라며, 남편과 나는 도아의 천성에 감사했다. 그러나 순하기 때문에 곤란한 점도 있다. 배고프거나 기저귀가 젖었을 때도 아이가 크게 울면 알아차릴 텐데, 잠깐 칭얼거리고 마니 대응이 늦어지게 된다. 바로 대응하지 않아도 큰 탈은 없겠지만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무겁다. 아이를 불편한 상태로 방치한 건 아닐까 싶은 것이다. 특히 대변이 그렇다. 후각이 둔한 나는 냄새로도 놓치곤 한다. 이유식 먹일 때 힘을 주면 알아채지만, 이렇게 재우기 전에 발견하는 경우도 잦다.
대응이 늦는 게 큰 문제도 아닐 텐데 마음 한구석이 무거운 건, 내가 아이의 부모가 되었기 때문일까. 오롯이 아이를 돌보는 게 목적이 된 요즘, 나는 이런 기분이 자주 든다. 최선을 다하더라도,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지는 마음 말이다. 조금만 더 신나게 놀아줄 걸, 조금만 더 불편함을 빨리 알아채 줄 걸. 분명 스스로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알아도 자책하게 된다. 과거의 내가 보면 상상하지 못할 감정이다.
아이는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천사같이 잠을 자는 아이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해진다. 나도 참 많이 변했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