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서랍을 뒤적인다. 직사각형 형태로 된 다섯 색종이가 나란히 붙어 있다. 언제 이런 걸 사 놓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색깔별로 한 장씩 떼어내어 병풍 그림 위에 붙여 놓았다. 사과에는 빨간색을 포도에는 보라색을 붙였다. 아이는 내가 붙이는 걸 물끄러미 보더니 병풍에 가까이 다가왔다. 병풍을 살짝 흔들자 포스트잇이 팔랑거리며 움직였다. 도아는 손을 들어 종이를 쓱 떼어냈다. 그리고 주먹을 쥐어 꾸깃꾸깃하게 만든 다음 다시 손을 번쩍 들고, 나머지도 떼어냈다. 구겨진 다섯 개의 포스트잇 조각은 도아의 양손에 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졌다. 아이는 한참을 가지고 놀았다. 빨간색 포스트잇을 지긋이 바라보기도 하고, 떨어져 있는 다른 색 포스트잇을 주우려 손을 뻗었다. 작은 검지 손가락으로 굴려보기도 했다. 유튜브에서 볼 때만 해도 아이가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허탈해졌다.
도아가 깨어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나는 국민템이라고 불리는 장난감을 사 모았다. 헝겊책, 꼬꼬맘, 변신 큐브, 아기 병풍, 에듀 테이블, 온갖 사운드 북에 이어 뽀로로 뮤직 하우스를 들이고 나니 거실 바닥이 정신없을 정도였다.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있었고, 관심이 없는 것도 있었다. 다만 무언가를 더 사 주면서도 내심 아이가 심심해하진 않을까, 성장할수록 부족한 게 아닐까 조바심을 냈다. 핫딜 정보를 얻으려 커뮤니티 카페도 들락날락거리며, 예정에 없던 것들을 사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포스트잇에도 재미있게 노는 도아를 보니 정작 부족함을 느낀 건 나인 것 같다. 단순히 집에 있는 사소한 것으로도 한참을 놀 수 있는 아이에게 장난감만 들이댄 건 아닐까. 예전 취미 생활을 시작하면 이것저것 물욕이 올라 사 모으던 내 모습 지금도 보이는 것 같았다. 불안함을 굳이 소비로 해결하지 않아도 될 텐데, 왜 또 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걸까.
집안을 빙 둘러보았다. 알록달록하고, 다양한 모양의 물건이 넘쳐난다. 아이에게 닿으면 안 되는 것들도 많지만, 찾아보면 안전하게 탐색할 수 있는 것들도 많다. 언젠가는 모두 아이가 만질 물건들이다. 나는 휴대폰을 켜 장바구니에 든 물건을 모두 삭제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쥐어줄 제2의 포스트잇을 찾아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