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난 줄 알았던 장마가 다시 시작되는 걸까. 오후에 갑자기 비가 매섭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굵은 빗줄기가 유리창을 때리는데 마치 누군가 유리창 청소를 하기 위해 호스로 물을 쏘는 것 같았다. 전조없는 폭우라니, '점점 날씨가 이상하네' 하며 이유식 뒷정리를 하다가 도아에게 시선이 갔다.
유리창에 흐르는 물줄기 때문일까, 아니면 솨아아 내리는 빗소리 때문일까. 하던 놀이도 멈춘 채 도아는 창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옹알이도 없이 그저 고개를 돌린 채로. ‘비’라는 현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 느끼는 듯했다.
나머지 그릇을 정리한 뒤, 도아를 안고 창문 가까이 다가갔다. 빗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이렇게 아무 말 없이 빗소리에 집중해서 들었던 게 얼마만일까. 굳은 어깨가 조금 부드러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내 품에 안긴 도아는 유리창 너머를 빤히 바라봤다. 어둑해진 구름도, 주륵주륵 떨어지는 비도, 유리창에 맺힌 물방울도, 귓가에 들리는 빗소리도. 아마 아이에게는 신기한 것 투성이리라. 아이가 태어나고 내리는 첫 비는 아니지만, 어쩌면 ‘비’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 아이의 처음이 아닐까 생각했다.
앞으로도 도아에게는 ‘처음’이 많을 것이다. 고작 태어난 지 반년이 넘었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만 보냈으니까. 세상의 더 많은 것들을 보고 신기해하고 또 즐거워하겠지. 그런 아이의 처음이 부러우면서도, 그 순간들을 같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이렇게 빗소리를 같이 듣고, 낙엽을 바스락 밟아 보고, 뽀드득거리는 눈에 발자국도 내 보고, 다시 봄이 오면 벚꽃 잎을 손에 쥐어 보는 아이와의 처음이, 나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