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아가 100일이 되었을 무렵 거실에 하얀 매트를 들였다. 그런데 매트 위에선 어찌나 금방 먼지와 머리카락이 눈에 띄는지. 예전에 보이지 않던 각종 이물질이 눈에 밟혔다. 아이가 누워서 가만히 있을 때만 해도 거실 바닥은 가끔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을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매트를 들이고 그 위에서 뒤집고 배밀이를 시작하는 도아를 보니 치우지 않을 수 없었다.
먼지를 없애려고 처음 생각해 낸 건 테이프 클리너다. 매트에 볼을 댔다가 이리저리 뒹굴거리는 아이를 따라 찍찍 돌려가며 먼지와 머리카락을 없앴다. 그러나 이 돌돌이, 테이프 클리너는 한두 번 쓰고 나면 접착력이 금방 사라진다. 조금만 큰 덩어리는 잘 달라붙지도 않는다. 시도 때도 없이 돌돌이를 돌려가면서도 먼지가 잘 붙지 않을 때면 나와 돌돌이와의 끝나지 않는 싸움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물티슈로 바꿔봤다. 도톰한 물티슈로 바닥을 쓱쓱 닦아내는 건 확실히 클리너보다 낫다. 하지만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숙이다 보니 자세가 일단 불편했다. 너덜한 손목과 무릎에 무리가 가니, 나중에 할까 하고 미뤄두는 버릇도 생겼다. 마지막으로 매번 쓰고 버리는 물티슈가 낭비 같았다. (다시 물로 헹궈 쓰기엔 또 귀찮다. 그럴 체력이 요즘 나에게는 없으므로.)
작은 빗자루라도 무인양품에서 살까 생각하던 참에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뜬 청소 영상을 보게 되었다. 전문 청소업체에서 창틀 청소를 효과적으로 하는 팁을 알려주는 내용이었는데 눈에 띄는 게 있었다. 창틀 아래에 낀 검은 먼지들을 청소할 때는 걸레질보다 넓적한 붓을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걸레질보다 세밀하게 먼지를 털어 청소할 수 있어 추천한다는 것이었다. 붓도 빗이 될 수 있는데 이런 단순한 걸 왜 지금까지 몰랐을까. 영상을 다 보고 나자 오래전에 사 둔 페인트 붓 한 자루가 떠올랐다. 5년 전 셀프 인테리어에 흥미를 가지게 돼 페인트 재료만 사고 방치한 것이었다. 팬트리를 열어보니 그때 산 봉지에 그대로 들어 있었다.
손으로 길쭉한 모를 한 번 쓸어보니 탄성이 괜찮았다. 나는 곧장 거실로 가 매트 바닥을 쓸어 봤다. 작은 알갱이들의 먼지와 머리카락이 잘 모였다. 적당한 사이즈에 손에도 잘 맞고 무엇보다 붓질을 하는 기분이 좋았다. 예전 아크릴화에 한참 빠졌을 때 새하얀 종이 위에 물감을 바르는 느낌이랄까. 붓질을 하는 상상을 하며 빗질을 하니, 귀찮은 집안일이라기보다 놀이같다.
붓으로 바닥을 쓸어도 먼지는 매번 잘 쌓인다. 뒤돌아서면 생기고 뒤돌아서면 생긴다. 하지만 붓으로 바닥을 쓰는 데 나는 적당한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붓을 빗으로도 쓰고, 또 빗질을 붓질이라고도 생각하는 소소한 일상도 괜찮지 않은가 여기며 오늘도, 붓질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