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아는 날이 갈수록 활발해진다. 특히 침대에 내려놓으면 그렇다. 마치 자신의 몸을 시험해보듯 이리저리 움직인다. 등으로 누웠다가, 돌아눕고, 팔꿈치와 손으로 몸을 지탱해 엉덩이를 들어 올린다. 씰룩거리는 엉덩이와 튼실한 허벅지를 뒤에서 보면 어찌나 귀여운지. 머리에 땀이 맺히도록 움직이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참 열심히구나 싶다. 마치 대회를 위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훈련하는 육상 선수 같달까. 몸에 힘을 쭉 빼고 생활하는 나와 비교하면 존경하고 싶을 정도다.
몇 달 전만 해도 목을 가누지 못했고, 배를 대고 엎드린 자세를 연습해야 했는데 어느새 뒤집고, 되집기를 자유자재로 한다. 작은 장난감도 움켜쥐기 힘들던 아이가 이제 팔꿈치에 교대로 체중을 옮겨가며 장난감을 다른 손으로 옮길 수도 있다.
누가 가르쳐준 적도 없는데 아이는 어떻게 스스로 몸을 다루는 법을 알고 연습하는 걸까. 마리안 헤름센-판 완로이의 책 <첫 1년 움직임의 비밀>에 따르면 영아기 운동 발달(움직임 발달) 과정은 시기는 다르지만 거의 동일하게, 그것도 자발적으로 일어난다고 한다. 아이가 스스로 동작들을 수행하므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동작을 가르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개입할 때보다 아이들에게 맡겨놓을 때 더 잘 성장한다고도 말한다. 도아가 할 수 있는 게 늘어날 때마다 나는 이 책을 펼쳤다. 사진과 도아의 몸짓이 같다는 것에 신기해하며, 그리고 아이는 스스로 할 수 있음을, 개입이 필요하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을 되새겼다.
오늘 도아는 또 한 단계 성장했다. 침대에서 낮잠을 재우려 눕혔는데 여느 때와 같이 엉덩이를 들썩거리다 한쪽 엉덩이로 중심을 옮기더니 털썩 앉았다. 순간 도아의 눈이 커졌다. 스스로 해냈다는 것에 놀란 것일까. 눈이 마주치자 아이는 환하게 웃었다. 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했다고 말했다. 도아는 얼마 동안 베시시 웃더니 다시 옆에 있는 베개(입구를 임시로 막아놓으려고 놔둔)를 잡고 일어서려고 했다. 잠깐의 성취감을 느끼고 다음에 다시 연습이라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이는 스스로 잘 자란다. 나는 이 사실을 가끔 까먹는다. 혼자 조급해질 때도 있다. 내가 모든 걸 해줘야 할 것처럼 느껴지는 마음을 꾹꾹 누르며, 오늘도 아이의 시도를 응원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