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주일간 도아와 부산에 다녀왔다. 부모님께 아이의 성장을 보여드리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좀 쉬고 싶었다. 요즘 서울은 창문을 열기 힘들 정도로 무더웠으니까. 바닷바람을 쐴 겸 친정에 다녀오겠다고 남편에게 대뜸 말하고는 열차 티켓을 끊었다.
출근하는 남편 대신 방학을 맞은 남동생과 함께 KTX를 탔다. 2시간 30분 동안 기차에서 도아가 힘들까 봐 걱정했는데 의외로 잘 적응했다. 심지어 1시간 반은 잠까지 자줘서 편하게 갔다.
영도는 많이 변해 있었다. 높은 아파트 단지가 이리저리 들어섰고, 세련된 카페들도 늘어났다. 처음 보는 구조의 집, 익숙하지 않은 얼굴 탓일까. 도아는 첫날 잘 울었다. 그러나 다음 날 눈을 비비며 일어나 보니 아이는 거실에서 할머니와 놀며 활짝 웃고 있었다. 역시 누가 자신을 좋아하는지 아이도 아는 듯했다. 나중에는 엄마 목소리와 표정만 봐도 활짝 웃어서 도아에게 서운할 정도였다. 무뚝뚝한 아빠는 멀찍이서 도아를 바라보는 게 다였지만, 잠드는 시간 문틈 너머로 들리는 아빠의 말은 늘 도아 이야기였다. 아마도 아빠는 아빠의 방식대로 도아를 예뻐하고 있었으리라.
도아는 영도에서도 잘 놀고, 잘 먹었다. 스스로 앉은 자세를 성공한 뒤로 점점 동작 전환이 자연스러워져서 그런지 이리저리 몸을 시험해 보는 듯했다. 장난감 몇 개로도 아이는 충분히 놀았고, 창가 너머 바다 위로 배들이 둥둥 떠 있는 걸 한참을 보았다. 가져간 이유식도 잘 먹었고, 처음 먹는 수박과 자두도 제법 잘 먹었다.
나도 영도에서 잘 먹고, 잘 놀았다. 엄마가 해준 갈비찜은 여전히 맛있었고, 서울에서 노래를 부르던 백설대학 떡볶이와 해물 손칼국수도 맛은 여전했다. 집 근처 7,500원짜리 밀면은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간 해양박물관은 놀라울 정도로 좋았다. 부모님이 도아를 돌봐주는 동안 이불에서 뒹굴거렸다. 일주일간 백수가 된 기분이었달까. 나중에는 서울로 돌아가기 싫을 정도였다. 특히 오랜만에 마시는 영도의 바닷바람이 좋았다. 마치 갈증이 난 사람처럼 입을 벌려 바람을 마셨다. 어렸을 때는 부산에 내려가는 게 싫어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일정을 미루곤 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고향에 대한 애정이 생기는 건 내가 나이를 먹어서일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