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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니 Apr 04. 2020

한밤중의 델리



낯설고 불안한



7시간의 비행 후 심야가 되어서야 인도 뉴델리에 도착했다. 이국적인 공항 풍경에 놀랄 시간도 없이 서둘러 게이트 앞으로 뛰어갔다. 혹시나 픽업차량을 놓칠까 조급했던 탓이다. 현지 한국인과 인도 운전사가 게이트 앞에 나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서있었다. 한국인은 나와 가볍게 인사를 한 뒤 다른 일행이 있다며 잠시 기다려달라 했다.

10분쯤 지났을까, 연상으로 보이는 두 명의 여자가 도착했다. 짐을 싣고 숙소로 가면서 한국인은 인도에 대한 팁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물과 사람을 조심하라고 했다. 한국의 물과 달리 인도의 물은 깨끗하지가 않다. 인도의 현지 음식을 먹고 물을 마시면 무조건 물갈이를 한단다. 평소에 먹지 않던 것들이 들어오니 배탈이 난다는 거다. 꼭 생수를 사서 마시고 살 때는 뚜껑이 잘 패킹되어있는지 확인해보라고 설명했다. 가끔 빈 통에 물을 담아 파는 이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또 하나. 낯선 인도 사람이 준 음식은 절대 먹지 말라고 했다. 인도에 왔는데 인도 사람을 조심하라니 잔인하기도 하다. 그는 최근에 한 한국인 여행자가 인도 사람이 준 차이를 마시고 기절했다가 짐을 다 빼앗긴 이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런’

소문으로 듣던 인도의 흉흉한 일들이 100% 거짓은 아니었다. 바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래 우선 물과 인도 사람. 혼자 온 이상 철저히 조심해지기로 했다. 이미 왔는데 불안하다고 호텔방에만 있을 수 없지 않은가.

올드델리 여행자 거리의 한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해 체크인을 했다. 한국인은 근처 지도를 주면서 자신의 여행자 카페가 있으니 궁금한 것이 있으면 내일 와보라고 했다. 이 말을 마친 후 여자 2명과 나는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물 한 통을 나눠 받고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다.

텅 빈 방.

많은 걸 배우러 왔는데 두려움만 가득해진 것 같다. 잘할 수 있겠지. 가이드북을 다시 한번 펼쳐보기 시작했다.

이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체크인을 해주던 인도 사람이다. 아까 준 물 값을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첫날 픽업비와 호텔비를 한국인에게 다 냈는데, 돈을 또 달라니.. 아까 들은 말이 생각났다. 믿지 말라. 나는 돈을 떼어먹을까 봐 우선 예약해준 이에게 확인하고 낸다고 말도 안 되는 영어를 내뱉었다. 그 사람은 답답했는지 뭐라 뭐라 계속 말했지만 나는 완강하게 거부했다. 몇 분간 실랑이 끝에 결국 물 값을 내줬다. 내일 가서 카페에 가봐야겠다. 만약 아니면 따져야지.

긴 비행시간에 녹초가 된 몸을 눕고 생각을 했다. 인도에서 도착하자마자 실랑이라니,  내 여행은 어떻게 되는 걸까. 괜히 왔나 후회가 들었다. 안 좋은 생각에서 벗어나야 했다.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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