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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니 Apr 08. 2020

그래도 혼자보단 셋


새로운

만남



인도에서의 첫 아침이 밝았다. 인도와 한국의 시차는 3시간 30분. 한국의 아침 8시는 인도에서 새벽 5시다. 정신을 조금 차리고 보니 어제 물 값이 생각난다. 나는 속은 것인가 안 속은 것인가. 인도에서 혼자 잘 다닐 수 있을까? 안 되겠다. 갑자기 어제 같이 픽업 서비스를 이용했던 그분들이 생각난다. 나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지만 지금은 그러면 안된다. 하나보단 둘, 둘보다 셋이 낫지 않은가.

그녀들은 흔쾌히 동행을 허락해줬다. 내가 어린데 혼자 왔다고 놀라고, 배낭여행이 처음이라는 사실 더 놀랐다. 그래요. 저도 가끔 저의 대책없음이 놀랍습니다..


이틀간 별다른 일정도 없었기 때문에 언니들의 일정에 껴서 델리를 둘러보기로 했다.






델리의 여행자들의 거리. 빠하르간지 Paharganj. 시끌벅적하고 복잡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매력 있다. 모든 것을 다 판다. 옷. 신발. 장식품. 식료품. 화장품. 길거리 음식. 어제 픽업을 도와준 한국인이 운영하는 카페도 근처다. 인도 여행을 시작하기에 적합한 곳이다.


아침을 먹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카페를 들렀다. 어제 본 그분이다. 인사를 하고 살며시 물 값에 대해서 물었다. 내는 것이 맞다고 한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첫 인도의 밤을 불신과 불안으로 보냈다구요.. 다행히 인도 사람의 첫인상을 망치지 않았다.



배낭여행에 부츠를 신고 온 철없는 나는 환전을 하자마자 신발을 샀다. 옷도 몇 벌 샀다. 숄더까지 샀다. 현지인처럼 입고 싶어 화려한 무늬로 골랐다. 한국보다 물가가 매우 저렴하지만, 인도에선 모든 것을 흥정하고 흥정해야 한다. 왜냐면 원래 가격의 1/4 가격으로도 살 수 있을 정도로 바가지가 심하니까. 125루피(2000원) 짜리 샌들은 인도 여행 동안 내 발을 잘 지켜주었다.





  


수많은 오토릭샤들. 인도의 대중적인 교통수단이다. 태국에서는 뚝뚝이라고 부르고 필리핀에는 트라이시클이라 부른다. 주변을 관광하려면 오토릭샤를 타야 하는데, 부르는 게 값이다. 처음에는 흥정하는 게 어려웠는데 여행 후반부에는 고수가 되어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첫 오토릭샤. 셋이 뒤에 옹기종기 붙어있다. 만난 지 하루도 안 지난 언니들과 나는 계속 웃고 떠들었다. 마치 오랫동안 만난 동생처럼. 생각해보니 한국에서 수천 킬로 떨어진 이곳에 의지할 사람이 우리 밖에 없다는 긴장감이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친해지게 해 준 건지도 모른다.


이 두 언니들과 만난 건 인도의 첫 행운이었다.

어제의 불안감은 온데간데 없어졌고,

나는 여행을 즐기기 시작했다.

혼자 오길 잘했다.

머나먼 이국 땅에서 이 순간에 만난 건 참 특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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