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자신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어머니를 보냈다"는 탈무드의 구절처럼, 어머니의 사랑은 세상의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신성한 힘을 지닌다. 특히, 대한민국 어머니들의 희생과 강인함은 그중에서도 남다르다. 우리나라가 성장할 수 있었던 힘도 바로 '엄마의 힘'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그중에서도 단연 떠오르는 사람은 바로 '우리 엄마'. 세상에서 오직 한 사람,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존재다. 그런 엄마를 생각하면 절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박애희 작가의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은 그리운 엄마에게 건네는 따뜻한 인사이자, 우리 마음속 깊이 자리한 애틋한 그리움을 되살리는 작품이다. 5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찾아온 이 책은 희망을 담은 노란 표지가 특히 인상적이다. 손끝으로 표지를 쓰다듬으면 제목이 볼록하게 새겨져 있어, 마치 엄마의 손길을 느끼는 듯한 감동이 전해진다. 책을 읽는 내내 그 온기가 따스하게 마음을 감싼다.
책을 읽으며 나는 많이 머뭇거렸다. 눈물이 많은 내가, 이 이야기에 담긴 감정들에 크게 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비로소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한때는 억척스럽고 거칠게 느껴졌던 엄마가 미울 때도 있었다. 엄마는 부족해 보였던 나를 자주 꾸짖었고, 나이 차가 나는 동생들보다 유독 나만 많이 혼났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나도 어느덧 나이가 들고 보니, 이제는 엄마의 잔소리마저 따스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두 살 때 아버지를 여읜 엄마가, 그 가난한 시절을 젊은 외할머니와 함께 헤쳐 나가려면 강인해질 수밖에 없었으리라. 얼굴조차 모르는 외할아버지가 얼마나 그리웠을까? 엄마의 지난 삶을 뒤늦게 알게 된 나는, 그 고단함이 안쓰럽고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내가 엄마의 엄마가 되어 다정하게 보듬어 주고 싶다.
우리는 살면서 잊지 못할 슬픔과 몇몇 기쁨을 마주한다. 이 책은 제목처럼 슬픔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삶의 슬픔 속에서도 숨겨진 작은 기쁨들을 발견해 가는 이야기다. 상실을 먼저 경험한 작가가 내미는 손을 맞잡으며, 그 위로와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 특유의 다정함이 글 곳곳에 따스하게 배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