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맹 가리'의 소설 <자기 앞의 생>은 주인공 모모가 하밀 할아버지에게 던진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과도 같습니다.
1970년대 파리 뒷골목, 아프리카와 아랍계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낡은 주택가. 그곳엔 7층 계단을 힘겹게 올라야 닿을 수 있는 모모의 작은 집이 있습니다. 이 ‘7층짜리 계단’은 제도권 밖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단하고 힘겨운 삶을 상징하며, 그들이 겪는 고통과 애환을 담아냅니다.
로자 아줌마는 유대인으로, 한때 창녀였습니다. 세월이 흘러 병들고 나이가 든 그녀는 창녀들에게서 돈을 받고, 그들이 몰래 낳은 아이들을 돌보며 살아갑니다. 모모 역시 그 아이들 중 하나로, 마지막까지 로자 아줌마 곁을 지킵니다. 어린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버거워 보이는 인생이었지만, 모모는 꿋꿋하게 자신의 앞에 놓인 삶을 살아냅니다. 인종과 나이, 성별을 초월한 두 사람의 사랑은 독자들에게 뜨거운 눈물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책이 쓰인 시기는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이 전쟁 중이던 시기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작가는 아랍인 소년 모모와 유대인 로자 아줌마를 통해 두 민족의 화해를 바랐던 것일까요? 이 작품은 전쟁고아와 빈곤층 구제, 안락사 등 사회 복지의 다양한 문제들을 깊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모모의 주변 인물들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지만,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따뜻한 인간애는 제 마음을 울립니다. 이 책은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우리 모두의 정서적 허기가 사랑으로 채워질 수 있다고 믿게 합니다. 사랑을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정한 행복에 다가갈 수 있는 길임을, 이 책은 제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1914~1980)는 1956년 공쿠르 문학상을 수상한 뒤, 1976년 <자기 앞의 생>을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발표하며 또다시 공쿠르상을 받았습니다. 공쿠르상은 원칙적으로 한 작가에게 두 번 수여되지 않지만, 로맹 가리는 예외적으로 두 번 수상한 유일한 작가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