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쉬는 것이 잘 사는 것
잘 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날이면 동네 카페로 향한다.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기를 마시고 싶어서다. 때로는 글에 집중하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 카페는 조용한 곳이 드물다. 자연스레 휴대폰을 들여다보면, SNS 속 세상은 더욱 소란스럽다. 끊임없이 자기 계발에 몰두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그들의 부지런한 삶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초조함이 밀려온다.
"작가님은 잘 쉬시나요?"
어느 북토크에서 황보름 작가는 이 질문에 망설임 없이 "네, 저는 잘 쉽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사회자는 놀라며 말했다. 지금까지 같은 질문을 받았던 사람 중 그렇게 대답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쉼 없이 달려야만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것처럼 여겨지는 시대다. 우리는 과연 잘 쉬고 있는가?
나 역시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나는 잘 쉬고 있는가?"
아마 나는 단호하게 "아니요"라고 답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온전히 쉰 게 언제였는지조차 기억이 흐릿하다.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머릿속은 해야 할 일들로 가득 차 있다. 쉬는 순간에도 '이렇게 한가해도 되는 걸까?',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스며든다. 쉰다는 행위마저 자기 검열의 대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잘 쉬어야 잘 살게 된다는 걸 언제쯤 알게 되었더라. 잘 못 쉬어 몇 번쯤 삶이 꺾이고 나서 알게 되었겠지." (234쪽)
황보름 작가는 『단순 생활자』에서 ‘잘 쉬는 삶’을 이야기한다. 건강한 식재료로 요리하고, 공간을 정리하며, 걷고 운동하는 그의 소박한 일상은 복잡한 머릿속을 맑게 해주는 힘이 있다. 나는 그의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고, 신선한 식재료로 냉장고를 채웠다. 작은 변화지만,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단순한 생활은 얼핏 쉬워 보이지만, 살림을 건사하고 나를 보살피는 일은 부지런하지 않으면 해낼 수가 없다. 바쁘다는 핑계로 나를 돌보지 못한 날들이 쌓이면, 휴일에도 온전히 쉬지 못하는 상태에 이른다. 잘 먹고, 잘 자고, 적당히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이제는 조금 더 의식적으로 나를 돌보고자 한다.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단 하루라도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나면 기분 좋은 일'을 하기로 했다. 그것이 나에게 맞는 쉼의 방식이 아닐까. 잘 쉬는 것이야말로, 잘 사는 길이니까.
황보름 『단순 생활자』(열림원,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