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달을 향한 자유

by 유연


윌리엄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는 화가 폴 고갱의 생애를 모티브로 삼은 소설이다. 고갱처럼,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증권 브로커로 일하다 중년에 이르러 모든 것을 뒤로하고 그림에 자신을 던졌다. 작가 몸은 타히티까지 답사하며 고갱의 흔적을 찾았고, 그의 곁에 함께 했던 여인을 만나 이야기를 수집한 끝에 이 소설을 빚어냈다.

제목은 “사람들이 달을 바라보다 발밑의 6펜스를 놓친다”라는 속담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달’은 꿈과 이상의 세계를, ‘6펜스’는 물질과 안정된 삶을 상징한다. 스트릭랜드는 달을 찾아 떠나면서 6펜스를 과감히 버렸다. 가족을 떠나고, 가난과 병을 감수하며, 타인의 희생에도 무감각하게 반응하며 예술을 향해 나아갔다.

그는 단순히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말을 아끼고, 사람을 멀리하며, 타인의 고통엔 무심하다. 그를 따라가는 화자인 ‘나’ 역시 혐오와 경탄, 분노와 경외 사이를 오가며 그를 바라본다. 예술가라는 이유만으로 이기적 선택과 상처마저 용인되어야 하는 걸까? 그의 그림은 아름다웠지만, 예술을 좇는 과정에서 상처받은 이들은 어떻게 위로받을 수 있을까? 나는 묻고 싶다.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어디까지 그를 용서하고 자유를 인정해야 하는 걸까?

그를 보며 감탄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는 감정이었다. 다만 자신이 원하는 일에 전적으로 몰두하는 그 자유로움이 부러웠다. 모든 것을 버리고 끝내 붙잡은 것이 그림 하나뿐인 그의 선택은 나의 꿈을 대리 실현해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세상을 미워했다기보다는, 단지 사랑하는 데 서툴렀던 것은 아니었는지 점차 그를 이해하게 되었다.

"우린 섬 생활이 행복해요. 어떤 일을 시도해서 그걸 성취하는 사람은 많지 않죠. 우리 생활은 소박하고 순진합니다. 야심에 물들 일도 없고, 자부심을 가진다고 해 봐야 그건 우리 손으로 해낸 일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그런 자부심뿐이고요. 악의를 가질 일도 없고, 부러움으로 속상해할 일도 없어요." (308쪽)

그가 타히티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그림들은 세상에 건네는 무언의 고백이다. 입으로는 끝내 전하지 못한 마음의 언어, 우리는 그것을 ‘예술’이라고 부른다.

어쩌면 우리 안에도 스트릭랜드가 숨어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길을 끝까지 걸어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품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머싯 몸 『달과 6펜스』(민음사,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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