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수 있는 동안에

지금, 볼 수 있는 동안에

by 유연


여름휴가 동안 시골집 마루에 앉아 하늘의 표정을 살피며 보냈다. 불볕더위는 견디기 힘들지만, 하늘이 그려내는 풍경은 황홀하게 예뻤다. 하늘이라는 파란 그릇에 희고 부드러운 크림같은 구름이 잔뜩 담겨 있는 것처럼 보여 수저로 떠먹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입안에서 달큼하게 녹아드는 기분 좋은 상상에 35도의 뙤약볕조차 조금은 견딜 만했다.

인물 전문 포토그래퍼 차경의 『볼 수 있는 동안에』를 읽으며, ‘볼 수 있다’라는 감각이 얼마나 귀하고 절실한지 되새기게 되었다. 저자는 일곱 살 무렵 사시를 겪기 시작했고, 수술에도 불구하고 왼쪽 눈의 시력을 거의 잃었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우울한 학창 시절을 보내야 했지만, 그녀가 찍은 사진이 SNS에서 호응을 얻고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변화가 시작됐다. 처음 받아본 그대로의 자기를 인정해 주는 사람들을 통해 마음의 벽을 부수고 지금은 인물 사진을 전문으로 찍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10년 동안 ‘영정사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삶과 죽음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빛나고, 삶이 있기에 죽음을 생각할 수 있다. 잘 살아냄으로써 좋은 죽음을 마주할 수 있도록, 지금 ‘잘’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기록하자고 그녀는 말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의 사진에는 삶을 살아낸 자의 얼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삶과 죽음은 자칫 무겁고 슬픈 이야기로만 읽힐 수 있지만, 그녀는 생활 속에서 스며 나오는 따뜻함과 사랑의 결을 섬세하게 포착해 냈다.

한쪽 눈으로만 바라보기에 그녀는 오히려 상대방을 더욱 농밀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자신이 마주한 사람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셔터를 누른다. 웃는 얼굴을 좋아하고 그 얼굴을 담는 사람이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이 좋다는 그녀를 보며, 강렬하게 사랑하는 일을 만난 사람의 단단함이 느껴진다.

“그 눈이 당신 작품에는 어떤 강점으로 작용하나요?”
예상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강점? 내 눈이 강점이라고?
뜨나 감으나 다를 바 없는 한쪽 눈이 불편하지 않냐고 먼저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191쪽)

그녀의 결핍은 많은 이들의 응원과 이해 속에서 강점으로 탈바꿈되었다. 책을 덮고 나서 삶의 끝자락에 서 있는 내 모습을 떠올려 본다. 언젠가 찍게 될 영정사진 속의 나는 어떤 얼굴일까. 유한한 시간을 쓸모 있게 촘촘하게 채우며 나를 기록하고 싶다. 지금 볼 수 있는 동안에 시선이 닿는 풍경을 정성껏 바라보고 산다면 영정사진 속 나는 부드럽고 편안한 웃음을 짓고 있지 않을까.

차경 『볼 수 있는 동안에』(책과 이음,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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