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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와니 Nov 07. 2022

It's a bad morning.

뿌리 깊은 나무

제피토 할아버지에게 'Good morning!' 하고 인사하니 그의 답이다.


밤새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쳤다. 우리 집은 creek이라 불리는 개울 계곡 옆에 자리하고 있는데 개울이지만 흙이 물러 그런지 꽤나 깊은데, 침엽수들이 꽤 나열되어 있어 그 큰 나무가 쓰러지면 어떠나 걱정될 정도로 심하게 불었다. 창문도 심하게 흔들렸고 밤 새 사이렌 소리도 자주 들렸던 것으로 보아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던 거 같다. 바다 가까이 고 로키로 향하는 산들의 끝자락이라 바람이 바다에서 육지로 부는 때,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치면 학교 때 배운 지식들로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 때에는 나무가 뿌리째 뽑히며 전기 줄을 끊어트려 정전이 되는 곳이 많다. 밤 11시쯤 나간 전기는 가게에 나갈 때까지 들어오지 않았고 딸이 나올 때 까지도 들어오지 않았다. 우리 말고도 여기저기 전기가 끊긴 곳이 여기저기 많았다. BC Hydro 홈 페이지 Power Outrage를 보니 여기저기 빨갛게 물 든 지도로 보아 여기저기 아침을 해 먹지 못한 들이 많겠다 싶었다. 이런 날은 우리 가게에 식사를 해결하려 오는 손님들도 많다.



'I don't have power.' 'We  lost our power.' 'Power is out'하면서 식사를 주문한다.


남편이 뒤 마당을 정리하고 있는데 집 옆 나무가 얼마나 큰지 볼 수 있다.


눈이 흩 뿌린  어느 겨울의 길목
사시 사철을 가까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집 옆의 나무들의 크기를 알 수 있다.

제피토 할아버지는 피노키오에 나오는 제피토 할아버지를 닮았다. 그의 이름은 웨인.


할머니의 카푸치노와 할아버지의 커피를 매일 사 가시는데 가끔은 아침 일찍 오셨다가 오후에도 다녀가기도 한다. 그렇게 작은 걸 두 잔 사면 항상 $7.75 정도 7750원 정도가 되는데 10불을 내면서 나머지를 항상 팁 통에 넣으라 한다. 항상 그러시기에 우리는 적당한 머핀이나 스콘, 비스코티 등을 드리고 있다.


처음엔 항상 3시 무렵이 넘어와서 커피를 찾았다. 그런데 우리는 3시가 넘으면 커피를 잘 내리지 않는다. 뜨겁게 내려 먹는 커피는 주로 아침에 많이 팔리고 작은 거 한 잔을 내리고 2시간 안에 다 팔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2잔 이상일 때만 새로 내린다. 대신 아메리카노를 주는데 한국은 보통 아메리카노가 많이 나가는 것 같지만 여기는 미국을 옆에 두어 그런지 아메리카노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때로는 캐네디아노라는 말로 대신 부르는 곳도 있다.


장을 보기 위해 나왔다가 커피를 사러 왔던 그는 커피가 없다고 아메리카노를 권하였는데 몇 번을 허탕 친 이후론 아침 일찍 온다. 대체로 아침 일찍 다녀간다.


잠시 면허가 정지되었던 1년여 기간 동안에는 택시를 타고 오시거나 할머니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나오셨다. 일흔의 나이인 그와 대화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큰 소리로 말을 해야 한다.


그는 니모와 벨라라는 강아지 2마리와 아내와 살고 있다. 여름에는 호프에 있는 모바일 홈에 가끔 가고 거기에도 그의 커피 샾이 생겼단다.


그에게는 입양한 아들이 있고 두서너 번 데려 와 밥도 먹으며 소개해 주었다. 그런데 그 아들은 최근에 가족을 찾았고 동부에 살고 있는 가족과 지내기 위해 동부에 살고 있다 했다. 랜 기간 키운 아들이 그의 핏줄을 찾아갔다는 이야기다. 내심 서운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그런 걸 묻지는 못했다. 주변에 아이를 입양 한 부모들을 꽤 본다. 그리고 정성껏 키우는 부모들이 대부분이다.


그의 낙은 15살이 넘은 강아지 들과의 산책이고 그들이 식구와 같다. 그래서 이렇게 비가 많이 오면 산책을 나가지 못하고 그러니 그에게는 bad morning  인 것이다.


강아지 나이 15살이 넘으면 이제 그들도 그들의 삶을 마감할 때가 될 것이니 그 상실감이 그에게 힘들까 걱정이다. 즘은  강아지가 아파서 병원에 데려간다거나 을 깎아 주러 나왔다고 하기도 한다.


전기가 나간 곳이 많고 비가 오니 그가 'It's a bad morning.' 할 만하다.


이렇게 나무가 쓰러져 전기 줄을 끊는 일은 봄가을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크고 날씨가 바뀌면서 폭풍우가 몰아치면 쉽게 일어나는데 그때 드는 생각.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용비어천가의 글 귀를 생각하게 된다.


 이곳의 나무들은 뿌리가 많이 깊지 않다. 나무가 크지만 환경이 매우 좋아 물을 쉽게 얻을 수 있어 그리 깊게 파고 들어가지 않아도 생명력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없어서 뿌리를 깊게 내리지 않는 탓에 바람이 좀 불면 나무가 쉽게 넘어가는 것 같다.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힘든 환경에서도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의 경우 환경이 좋은데 열심히 하지 않는 친구들을 보면서 자신이 저 경우라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라며 부러워하거나 아쉬워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환경이 좋으면 환경이 좋은 탓에 노력을 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얻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은 다르다 하지만... 그래도 쉽게 얻을 수 있는데 열심히 하려 하지 않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을까?


또 좋은 환경에서 자란 이들은 실패나 시련에 약한 거 같다. 쉽게 포기하기도 하고 쉽게 쓰러지기도 한다.


언젠가 읽은 이야기에는 부인이 외도로 낳은 아들을 아내가 죽은 후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다 알아서 살게 하다가 성인이 된 후 그 모든 것을 빼앗아가 결국엔 그 아들이 폐인이 되게 만드는 것으로 복수를 했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귀한 아이일수록 적당한 적당히 세상 풍파에 내놓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그러니 주어진 환경을 탓하기보다 좋은 것을 더 보고 길을 찾고... 그렇게 살고 싶다.


주어진 삶에 나의 노력을 더하여 무언가를 일구어 내는 삶. 그것으로 의미를 가진다. 그렇게 살아가는 이들을 보는 것, 이 일의 낙이다.


Hard times create strong men,

strong men create good times,

good times create weak men,

and weak men create hard times.”


The quote, from a postapocalyptic novel by the author G. Michael Hop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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