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쳤다. 우리 집은 creek이라 불리는 개울 계곡 옆에 자리하고 있는데 개울이지만 흙이 물러 그런지 꽤나 깊은데, 침엽수들이 꽤 나열되어 있어 그 큰 나무가 쓰러지면 어떠나 걱정될 정도로 심하게 불었다. 창문도 심하게 흔들렸고 밤 새 사이렌 소리도 자주 들렸던 것으로 보아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던 거 같다. 바다 가까이있고 로키로 향하는 산들의 끝자락이라 바람이 바다에서 육지로 부는 때,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치면 학교 때 배운 지식들로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 때에는 나무가 뿌리째 뽑히며 전기 줄을 끊어트려 정전이 되는 곳이 많다. 밤 11시쯤 나간 전기는 가게에 나갈 때까지 들어오지 않았고 딸이 나올 때 까지도 들어오지 않았다. 우리 말고도 여기저기 전기가 끊긴 곳이 여기저기 많았다. BC Hydro 홈 페이지 Power Outrage를 보니 여기저기 빨갛게 물 든 지도로 보아 여기저기 아침을 해 먹지 못한 이들이 많겠다 싶었다. 이런 날은 우리 가게에 식사를 해결하려 오는 손님들도 많다.
'I don't have power.' 'We lost our power.''Power is out'하면서 식사를 주문한다.
남편이 뒤 마당을 정리하고 있는데 집 옆 나무가 얼마나 큰지 볼 수 있다.
눈이 흩 뿌린 어느 겨울의 길목
사시 사철을 가까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집 옆의 나무들의 크기를 알 수 있다.
제피토 할아버지는 피노키오에 나오는 제피토 할아버지를 닮았다. 그의 이름은 웨인.
할머니의 카푸치노와 할아버지의 커피를 매일 사 가시는데 가끔은 아침 일찍 오셨다가 오후에도 다녀가기도 한다. 그렇게 작은 걸 두 잔 사면 항상 $7.75 정도 7750원 정도가 되는데 10불을 내면서 나머지를 항상 팁 통에 넣으라 한다. 항상 그러시기에 우리는 적당한 머핀이나 스콘, 비스코티 등을 드리고 있다.
처음엔 항상 3시 무렵이 넘어와서 커피를 찾았다. 그런데 우리는 3시가 넘으면 커피를 잘 내리지 않는다. 뜨겁게 내려 먹는 커피는 주로 아침에 많이 팔리고 작은 거 한 잔을 내리고 2시간 안에 다 팔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2잔 이상일 때만 새로 내린다. 대신 아메리카노를 주는데 한국은 보통 아메리카노가 많이 나가는 것 같지만 여기는 미국을 옆에 두어 그런지아메리카노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때로는 캐네디아노라는 말로 대신 부르는 곳도 있다.
장을 보기 위해 나왔다가 커피를 사러 왔던 그는 커피가 없다고 아메리카노를 권하였는데 몇 번을 허탕 친 이후론 아침 일찍 온다. 대체로 아침 일찍 다녀간다.
잠시 면허가 정지되었던 1년여 기간 동안에는 택시를 타고 오시거나 할머니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나오셨다. 일흔의 나이인 그와 대화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큰 소리로 말을 해야 한다.
그는 니모와 벨라라는 강아지 2마리와 아내와 살고 있다. 여름에는 호프에 있는 모바일 홈에 가끔 가고 거기에도 그의 커피 샾이 생겼단다.
그에게는 입양한 아들이 있고 두서너 번 데려 와 밥도 먹으며 소개해 주었다. 그런데 그 아들은 최근에 가족을 찾았고 동부에 살고 있는 가족과 지내기 위해 동부에 살고 있다 했다. 오랜 기간 키운 아들이 그의 핏줄을 찾아갔다는 이야기다.내심 서운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그런 걸 묻지는 못했다. 주변에 아이를 입양 한 부모들을 꽤 본다. 그리고 정성껏 키우는 부모들이 대부분이다.
그의 낙은 15살이 넘은 강아지 들과의 산책이고 그들이 식구와 같다. 그래서 이렇게 비가 많이 오면 산책을 나가지 못하고 그러니 그에게는 bad morning 인 것이다.
강아지 나이 15살이 넘으면 이제 그들도 그들의 삶을 마감할 때가 될 것이니 그 상실감이 그에게 힘들까 걱정이다. 요즘은 강아지가 아파서 병원에 데려간다거나 털을 깎아 주러 나왔다고 하기도 한다.
전기가 나간 곳이 많고 비가 오니 그가'It's a bad morning.' 할 만하다.
이렇게 나무가 쓰러져 전기 줄을 끊는 일은 봄가을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크고 날씨가 바뀌면서 폭풍우가 몰아치면 쉽게 일어나는데 그때 드는 생각.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용비어천가의 글 귀를 생각하게 된다.
이곳의 나무들은 뿌리가 많이 깊지 않다. 나무가 크지만 환경이 매우 좋아 물을 쉽게 얻을 수 있어 그리 깊게 파고 들어가지 않아도 생명력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없어서 뿌리를 깊게 내리지 않는 탓에 바람이 좀 불면 나무가 쉽게 넘어가는 것 같다.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힘든 환경에서도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의 경우 환경이 좋은데 열심히 하지 않는 친구들을 보면서 자신이 저 경우라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라며 부러워하거나 아쉬워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환경이 좋으면 환경이 좋은 탓에 노력을 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얻어지기 때문이다. 물론요즘은 다르다 하지만... 그래도 쉽게 얻을 수 있는데 열심히 하려 하지 않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을까?
또 좋은 환경에서 자란 이들은 실패나 시련에 약한 거 같다. 쉽게 포기하기도 하고 쉽게 쓰러지기도 한다.
언젠가 읽은 이야기에는 부인이 외도로 낳은 아들을 아내가 죽은 후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다 알아서 살게 하다가 성인이 된 후 그 모든 것을 빼앗아가 결국엔 그 아들이 폐인이 되게 만드는 것으로 복수를 했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귀한 아이일수록 적당한 적당히 세상 풍파에 내놓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그러니 주어진 환경을 탓하기보다 좋은 것을 더 보고 길을 찾고... 그렇게 살고 싶다.
주어진 삶에 나의 노력을 더하여 무언가를 일구어 내는 삶. 그것으로 의미를 가진다. 그렇게 살아가는 이들을 보는 것, 이 일의 낙이다.
Hard times create strong men,
strong men create good times,
good times create weak men,
and weak men create hard times.”
The quote, from a postapocalyptic novel by the author G. Michael Hop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