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말을 많이 했던 사람이 있었다. 나는 어렸고, 순수해서 그 말을 모두 믿었다. 하지만 그 사람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내 마음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러나 나는 그 사람의 말을 계속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 안에 그 사람의 온갖 감정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감정들은 워낙 거센 파도 같아서 나를 삼켜버릴 것 같았다.
때때로 나를 꿀꺽 삼키기도 했다. 그때 나는 두려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의 혀가 나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걸 알고, 나는 착하게 굴어야 했다. 나는 슬픔이 뭔지 모르는 슬픈 사람이 되었다.
그 사람의 말이 내 귀에 늘 울렸다. 어느 날은 확성기 소리처럼 쩌렁쩌렁했다. 내 손과 발이 꽁꽁 묶인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 사람의 말이 들리지 않는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그 말이 들리지 않는 곳으로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밧줄이 스르르 풀린 틈을 타 나는 힘껏 도망쳤다. 그 사람의 말이 어찌나 강한지 하마터면 붙잡힐 뻔했다.
결국 나는 벗어났다. 그리고 다시는 찾지 않았다. 그리고 먼 훗날 그 사람의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그 사람은 순 거짓말쟁이이자 사기꾼이라는 소식이었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내가 괴로워했던 이유가 거짓말 때문이라는 것을. 그리고 과거를 되짚었다. 그러자 거짓말의 실체가 더욱 뚜렷해졌다.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뼛속 깊이 새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