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공족에 대한 기사를 봤습니다. 댓글의 대부분은 카공족은 민폐족이라고 말하며 욕을 하더군요. 동의하는 부분도 있지만, 카페에서 공부를 하면 절대로 안 되는 것처럼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기에, 글을 씁니다.
카페에서 공부를 한다? 저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사람마다 천지차이지만, 저는 노래가 들리면 공부를 전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부를 해야 할 때면 항상 노래가 없는 스터디 카페를 찾거나 방음이 잘 되는 독서실에 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저는 요즘 가끔 카페에 갑니다. 제가 다니는 스터디 카페도, 독서실도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현실적으로 몇 주동안 집에'만'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연히 포털 기사에 카공족에 대한 기사를 봤습니다. 저도 카페에 가는 만큼, 저에 대한 얘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기사와 댓글을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그 기사의 요점은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민폐냐,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은 개인의 권리냐라는 두 편을 나누고, 어디에 더 가까운지 생각해보자는 취지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카공족이 무조건 욕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첫째, 여기서 '공부'라는 것 자체가 명확하게 정의될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두꺼운 노트북을 꺼내고 책을 쌓아놓고 무언가를 적는 것만 공부인가요? 그림을 인터넷으로 배운다고 칩시다. 그러면 이것도 그림 공부이지 않을까요? 또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도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공부 아닌가요? 어떤 것이 공부고 어떤 것이 공부가 아닌지 나누는 기준이 매우 애매합니다. 왜 노트북이랑 책을 갖고 카페에 있는 사람들만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어떤 것이 공부이고 어떤 것이 공부가 아닌지의 경계과 불명확합니다. ‘카공족’이라는 네이밍이 수정돼야 할 이유입니다.
둘째, 카페에서는 공부를 하면 안 된다는 룰은 누가 정하는 거죠? 카페에서는 꼭 수다를 떨거나 독서를 해야 하는 것인가요? (독서를 하는 것도 일종의 공부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카페 주인 입장에서는 공부를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도 달가워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근데 왜 꼭 카페에서 공부만 하는 사람만 집어서 공부'는'하면 안 된다고 논의를 좁히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카페 주인께서 '이곳은 공부를 하는 곳이 아닙니다'라는 규칙을 세웠다면 모를까요.
셋째, 논의가 '카페에서 무엇을 하는 사람'으로 좁혀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 논의의 본질은 오랜 시간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에 대한 것 같습니다. 저는 카페에서 오래있으면 3시간 정도 있는 편 같습니다. 그 이상의 시간은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그 이상 있기에는 의자가 불편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근데 제가 노트북으로 어떤 작업을 할 때 그 옆에서 아주 시끄럽게 떠드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 떠드는 것을 지적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은 저보다 빨리 와서 더 늦게 가셨습니다. 연인이었는데, 오래 떠들고 패드로 영화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논의의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공부를 하는 사람에게만 타깃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무분별하게 카페에, 넓은 자리를 매너 없게 차지하며, 아주 오래 있는 사람들에 대해 논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저는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이 내 권리니까 얼마나 앉아있든 상관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권리에도 일정의 한계는 있는 것이고, 카페 사장님들의 마음도 이해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논의의 본질이 카공족에서 카페에서 죽치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그 타깃이 바뀌면 더 생산적인 논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카공족이라고 문제 설정을 좁혀버리면, 카페 사장님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또 다른 일로 긴 시간을 카페에서 보내는 분들을 보게 될 테니까요.
제가 위에서 언급한 기사에서 특정 카페 주인을 인터뷰한 내용을 봤습니다. "노트북을 켜는 사람만 봐도 스트레스"라는 다소 극단적인 카피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부분을 보면서 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페의 룰을 노트북은 사용하지 않게 하면 안 되는 것이었을까요? 제 생각에, 이렇게 못을 박고 장사를 하지 않는 이유는, 손님은 최대한 많이 받고 싶은데 노트북을 갖고 온(오래 있을 것 같은) 손님은 싫다는 듯한 약간의 이중적인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카페도 자신들이 원하는 손님만 받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5000원 정도의 음료 하나를 시키고선 한 시간도 안 있다가 가는 손님. 카페 주인님의 입장에서는 좋겠지요. 그런 손님만 받고 싶다는 생각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그렇게 이익을 극대화시켜주는 손님만 받을 수는 없는 만큼 카공족들도 조금 이해를 해주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