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몰랐던 이야기
오우.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야 할 것이 있다. 이젠 내가 어딜 가든 언니 거나 누나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철부지 같은 소리일지 모르지만, 나는 어딜 가나 귀여움을 받는 막내 위치를 좋아했다. 엄밀히 따지면 집단원의 나이를 알고 간 것은 아니었지만, 웬만하면 내가 가장 어렸다. 때문에 '내가 막내구나'라는 생각이 거의 자동반사적으로 드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나는 어딜 가든 내가 막내일 거라는 착각을 하곤 한다. 학교에서 조교 생활을 할 때도, 우연히 누군가와 말을 할 때도, '언니' '오빠'겠거니 생각을 한다.
그러다가 알게 된 사실. 학교 팀의 계약직 직원분과 조교 모두 나보다 어렸다. 심지어 4-5살이. 이 정도면 내가 의도적으로 사실을 은폐한 수준이다. 아니, 외면한 건가?
우연히 나이를 알게 된 이후에 왠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4-5살 어린 친구들에게 언니처럼 대했던 나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쫙 스쳐 지나가면서 부끄러움도 쫙 스쳐 지나갔다.
나이를 듣고 놀란 나의 표정을 보고 나보다 더 놀란 그들의 표정을 보니 참 겸연쩍었다.
이제는 정신을 차려야겠다. 이제 대부분은 나보다 어린 동생들이 주변에 많을 것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