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65. 1.3698630137 %. 밖에 나가지 않은 날은 손에 꼽는다. 카페라도 갔고, 친구라도 만났고, 도서관이라도 갔고, 서점이라도 갔다. 나는 원래 잠이 많은 편이라 8시간 이상은 자는 편인데, 집에 있으면 또 졸리다.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그럼 자면 되지 않느냐?라고 묻는다. 그치만 이미 인생의 1/3을 잠으로 채우기로 했는데 또 자기엔 인생이 아깝다. 그래서 나는 도통 낮잠도 자진 않는다.
3단계가 되기 전에는 도피할 곳이 있었다. 집 주변 스터디 카페 시간권을 구매해서 매일 아침 가서 책도 읽고, 관심 분야 리서치도 하고, 영어 공부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코로나가 너무 심해지자 스터디 카페도 오후 9시까지 영업을 하고,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부모님께서도 하셨다. 그렇게 나는 강제로 집순이 생활을 한 지 몇 주가 됐다. 물론 지금 나는 이런 생활을 하는 나에 대해 생생을 내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 어색한 일이라는 것을 말할 뿐.
내가 집에만 있는 것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집에서는 집중이 쉽게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사실 방 문을 닫아놓는다고 하더라도 누가 문을 확 열면 하고 있던 공부의 흐름이 방해된다. (노크를 부탁했지만 노크를 하지 않는 것은 안 비밀)또한 나는 방에 혼자 있기에(?) 목표하는 공부를 하다가도 어느 순간 유튜브 채널을 보고 있다. 나를 보고 있는 사람도 없고, 너무 편안한 환경이기에 집중이 안된다.
혹자는 이가 모두 핑계이며, 그저 내 집중력의 문제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지만, 나는 많은 노력을 해봤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일단 공부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나도 어디서나 풀 집중을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모르는 사람끼리, 조용한 공간에서, 방해를 받지 않는 공간에서만 나는 집중이 되는 것은 내가 바꿀 수 있는 무엇이 아니다(고 믿는다).
내가 집순이 스타일이 전혀 아니라는 것을 얘기한다고 해서, 이런 시국에 카페 가고 싶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 상황이 하루빨리 종식되고 우리의 일상이 일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며, 좋아하는 클라이밍도 못하고 친구들도 못 만나고 집에만 강제로 있어야 하는 상황에 심한 무료함을 느끼며, 조금이라도 마음을 털어놓으면 괜찮아질까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쓴다.
연말이라 그런 건지, 집에만 있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요즘 부쩍 생각이 많아졌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을 처음 봤을 때만 해도 내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나=코로나 블루가 된 것 같아서 탈이다.
일상을 하루빨리 되찾고 싶다.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으니 집순이 생활에 일단은 적응해보는 걸로 :(
.
.
.
<집순이 생활을 좋아하기 위한 ‘집순이가 돼서 비리소 볼 수 있는 것들’ 찾기 프로젝트>
1. 청소가 ‘몹시’ 시급하다
: 집에 있는 시간은 거의 아침, 자기 전이었으므로 조금 더러워도 무시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하루 종일 눈에 거슬리기에 청소를 열심히 하게 된다.
2. 내 성향은 확실히 외향적이다
: 내향적과 외향적을 나누는 기준이 다소 애매하지만, 결국 나는 혼자 있을 때 에너지를 얻는 사람을 아니라는 것을 몸소 확실히 깨달았다. 나는 밖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며 나중에 결혼해도 주부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3. 나름 발버둥 치며 취미를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이다
: 아이패드 프로를 사놓고, 비싼 그림 앱과 영상 앱을 사놨었지만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 앱을 활용해서 무언가 재밌는 것을 하기 위해 앱 사용법을 유튜브로 열심히 배우고 있다.
4. 집에 괜찮은 책들이 도서관급으로 많았다
: 매번 도서관에서 신간만 구경하고 읽곤 했는데, 꼭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집에 읽을만한 좋은 책들이 많다. 괜히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보지 않아도 집에 있는 책들만 읽어도 똑똑해질 수 있겠구나 싶다.
5. 집안일이 많구나, 엄마한테 미안하다
: 청소기랑 설거지만 하면서 엄마께 이뻐해 달라고 했는데, 그것 말고도 집에서 할 것이 산더미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앞으로는 이걸로 생색내면 안 되겠다 싶고 더 많은 집안일을 해야겠다 싶다.
6. 뜨개질 달인이 됐다
: 뜨개질은 완성품이 눈 앞에서 바로 나오고, 하다 보면 시간이 빨리 가기에 뜨개질을 제대로 뜨기 시작했다. 초보자이기에 생각보다 어렵다고 짜증 내며 뜨개질을 한동안 안 했었는데 이제는 하루에 10개는 뜰 수 있는 뜨개질 달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