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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ve bin Jan 25. 2022

현재에 살지만 현재에 살지 않는다

What am I supposed to do

  미래의 나를 걱정하고 있다. 오늘 먹고살 것이 없어서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를 대비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코너에는 부동산과 주식, 재테크 서적이 온통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재테크 붐이 제대로 불고 있다. 이유인 즉슨, 60대가 청년으로 불리는 시대라지만, 그래도 60대 신입사원, 60대에 편의점 알바로 취직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일의 능률은 차치하고서라도, 나이가 많으면 부담스럽다는 국룰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50대 알바생 지원자 이력서를 읽다가 “계산하다가 삐끗하면 그거 어떻게 책임져”라고 고개를 저으시던 편의점 사장님의 말도 생각난다. 


  타당한 이유도 있다. 예전에는 조금 대출을 하고 무리를 조금 하면 집을 살 수 있는 시대였지만 지금은 한 2-3번 죽었다 깨어나도 집을 못 산다. 서울 집은 아무리 못해도 10억 언저리다. 평생 10억을 저축할 수 있…을지 자신이 마구 있진 않다. 뭐 불가능하지는 않으나 막막하다. 근데 돈 나갈 일은 널리고 널렸다. 갑자기 아플 수도 있고, 나의 소비 욕구가 넘쳐버릴 수도 있고, 애플 신제품이 나올 수도 있고(?)


  다 좋은데, 문제는 미래가 삶의 중심이 되다 보니까 현재가 그리 행복하지 않다는 거다. 장미빛 미래를 그리면서 가슴뛰어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계획을 세우는 건 기뻐하는 희망적인 모습이 아니라 절망감과 박탈감을 인정해야 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행복하지 않다. 어딜가든 우리는 '후회'와 '아쉬움'으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때 집을 샀어야 하는데” “코인 내려갔더라” "몇 주 받았냐?" 라는 얘기들 뿐이다. 나쁘다는 게 아니라 온통 불만과 후회 그리고 불안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가 안타까울뿐이다.


  이 글을 읽고 있다면,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말이 생각날 것 같다. 그래서 미래를 생각하지 말고 하루하루를 살아가자고? 현재를 살기 위해선 안락한 미래가 보장돼야 할 거 아냐!라는 반박도 마구 생각난다. 미래에 살아야 현재를 잘 살 수 있다는 그런 말. 

  

  글쎄, 나도 뭐 현명한 답이 생각나진 않지만. 언젠가 나의 생각을 과거 / 현재 / 미래로 쪼개 봤을 때 미래의 비중이 아주 크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글을 썼다. 


  몇 주 연속으로 로또를 샀다. 매주 10억 생기면 뭐하지? => 설레다가 => 역시 안되네 => 실망하다가 => 혹시 모르지 => 내가 안된다고 했지 => 이런 박스권 생각들이 돌고 돈다. 이런 루트는 무한루프라서 깰 수도 없고 확장성도 없다.


  어쩌면 현재는 곧 과거가 되고 미래는 곧 현재가 될 것이니깐, 미래에 살아가는 것이 곧 현재를 살아가는 것일 수도 있겠다.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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