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일일까?
'취준생'을 네이버에 입력하면 '지원금' '대출' '자살'이라는 단어들이 따라 나온다. 안 그래도 우울한데 온통 더 우울하게 만드는 키워드들이다. 가족들한테 눈치 보이고, 놀고 있어도 노는 게 아닌 취준생들을 위한 글을 써보려 한다.
27살이라는 나이가 적지는 않아 주위에 취업한 친구들도 더러 있다. 나는 취업을 준비하며 공부하고 있는 입장인데,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 나타난 친구를 보면 주눅이 들기 마련이다. 특히 소위 대기업 정도 입사한 친구들은 씀씀이부터 달라진 게 느껴져 부러우면서 쓸쓸해진다. 성수동에서 일 년여만에 만난 친구와 근사한 카페를 갔다. 커피뿐만 아니라 피자, 파스타와 같은 양식도 팔았다. 친구가 연수원에 있다가 선배한테 붙잡히는 바람에 8시쯤 저녁을 먹게 됐다. 배고픈 마음에 일단 가격을 보지 않고 피자 하나, 샌드위치 하나, 맥주 두 잔을 시켰다. 근데 한 잔에 만 원인 맥주 값이 문제엿던 건지, 총 6만 원이 넘었다. 순간 동공 지진이 왔다. 그래도 쿨하게 말했다. "카드로 반반하자". 난 굉장히 자연스럽게 꺼냈다고 생각했는데 친구가 눈을 게슴츠레 뜨더니 "됐어 내가 낼게"이렇게 말하며 카드를 들이밀었다. 결국 친구한테 얻어먹었다는 얘기인데, 갑자기 집에 와서 (원래도 생각이 많지만) 생각이 많아졌다.
친구도 이런 취준생 친구를 두면 피곤하겠다, 사줘야 할 것 같다는 압박을 받으면 날 불편해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취준생이면서도 비루하지 않게 '품위'라는 것을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찾은 답은 이것이었다.
1. 얻어먹기만 하지는 말기
취업한 친구들은 보통 취업하지 못한 친구한테 밥 정도는 사준다. 당연히, 취직을 해서 돈을 벌고 있다는 것만으로 밥을 사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친구니까, 앞으로 잘되라고, 사주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렇게 얻어먹기만 하면 사실 취준생 입장에서는 땡큐다. 안 그래도 없는 돈 아낄 수도 있고, 친구의 사랑도 확인할 겸~ 이렇게 생각하면 말이다. 그러나 길게 보면 노땡큐다. 반대 친구 입장에서는 만나면 사줘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감이 존재할 수밖에 없고, 사람은 그 본능상 비슷한 사람과 만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비슷하다는 것은 경제적 환경이나 지위 등을 의미한다. 특히 취업 준비가 길어진다면? 더더욱 부담스럽다. 작은 것이라도 나도 사주면서 친구와 만나야 곁에 있는 친구가 도망가지 않는다. 그리고 자꾸 얻어먹다 보면 기분이 그렇게 좋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2. 나만의 무기를 기르기
사실 취준을 하다 보면 그 외의 것은 사치라고 느껴지기 십상이다. 운동하기, 친구 만나기, 쇼핑하기, 유튜브 보기 등등. 평소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마저 '지금 내가 해도 괜찮을까?'라며 자기 검열에 들어가는 것이다. 근데, 이런 고민은 취준생의 (안 그래도 없는) 자존감을 갉아먹는 요인이 된다. 나만의 무기는 뭐든 될 수 있다. 유튜브로 홈트레이닝을 할 수도 있고 거시적인 안목을 얻기 위해 매일 일정 시간 독서를 할 수도 있겠다. 나 같은 경우에는 요즘 영어 회화에 빠졌다. 물론 이것 또한 취준을 위한 준비가 아니냐고 반론할 수 있다. 그러나 영어 회화는 사실 취업의 성공에 크게 관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냥 그렇고! 때문에 영어 회화 정도는 취업 준비와는 거리가 있지만 나의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나는 매일 아침 8시부터 9시 반까지 빨간 모자 샘 유튜브를 구독하며 영어 회화를 다지고 있다. 스타강사 김미경 님(?)께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매일 무언가를 꾸준히 하다 보면 나만의 길이 생긴다고!
3. 너무 후줄근하게 입지는 않기
고등학생 때 공부를 매우 잘했던 친구가 했던 말이 있다. “나는 예쁜 옷 입어야 공부가 잘 돼” 그때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학교 체육복같이 편안한 옷을 입어야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근데 요즘에서야 친구가 했던 말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물론 사람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보통 사람은 너무 편하게 입으면 일단 늘어진다. 공부를 해야 할 시간에 잠이 온다. 또 자신감이 하락한다. 물론 자신감은 내 안에서 온다고 하지만, 외적인 것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너무 편하거나 버려야 하는 옷을 입고 공부하는 것을 추천하지는 않고, 적당히 자신이 좋아하는 옷을 입고 공부하는 것을 추천한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 : 왜 취준생이 품위를 유지해야 하지?
취업준비생이기 전에 한 인간이다. 취업 준비를 할 때에도 어느 정도의 자존감이 유지돼야 한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인간적으로 끌리거나 매력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반대로 매력을 못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그 이유가 자존감에서 온다. 자존감이 낮으면 그게 다 티가 나기 마련이다. 자존감이 낮다고 말하진 않아도, 문장 하나하나에 자신감이 없고 자신을 낮추는 경우가 많다. 결국 공부를 열심히 해서 시험에 합격한다고 해도, 면접에서 인간적인 매력도를 중요한 요인으로 보는 취업시장에서는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결론 : 취준생이라도 품위를 유지하며 자존감을 높이는 게 여러모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