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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ve bin Dec 03. 2020

야망 있는 작가의 전시회

성북동의 멋진 공간에서

성북동 어딘가, 끝이 어딘가 싶은 곳. 꽤 많은 계단을 밟고 올라가면 있는 성북동의 한 전시회를 보게 됐다. 들어가자마자 제법 오래돼 보이는 나무판자들이 보였고, 크게 두 가지 공간으로 나뉘어있는 곳이었다. 한 곳은 유화, 다른 쪽은 동양화로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기분 좋은 공간이었다. 코로나 시국이어서 제법 한산했는데, 한 작가님께서 자그마한 전시회 중앙에 앉아 유화 물감으로 또 다른 작품을 그리고 계셨다. 편하게 둘러보라는 작가님을 뒤로하고 작품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전시회 내부 파노라마
아가씨 / oil on canvas / 김연지 작가
벚꽃 아래 / oil on canvas / 김연지 작가
독서 / oil on canvas / 김연지 작가
(왼쪽) 아가씨2 / oil on canvas / 김연지 작가         (오른쪽) 아가씨 / oil on canvas / 김연지 작가


정물 / oil on canvas / 김연지 작가

화려한 색이 없는 담백한 그림에서 오는 편안함이 느껴졌다. 러프한 붓터치에서 오는 시원함도 좋았으며, 그림 소재도 우리의 일상을 다뤘다는 점에서 맘에 들었다. 그 무엇보다도 몇 겹을 쌓아 올린듯한 두꺼운 유화가 눈에 띄었는데, 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엿볼 수 있었다. 그림을 다 본 뒤, 작가님과 얘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그분은 우리 엄마다.

엄마께서는 따로 작업실에서 작업하시지 않고 집에서 대부분의 작품을 그리신다. 매번 바쁘다는 핑계로 집을 나서는 나, 회사를 다니시는 아빠가 나가 있는 사이 그 많은 집안일을 책임지시면서도 작업에 열중하는 그 익숙한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전시회를 위해 엄마의 작품을 옮기다가 잠시 놓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떨어져 나온 조각이 마치 갓 구운 도자기처럼 두꺼웠다. 나도 모르게 엄마의 노력들이 떨어져 나간 것 같아 마음이 쓰라리고 울컥하기도 했다.

좋은 공간에서 엄마의 초대전을 열었는데 구경하러 오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아쉬웠다. 상당히 높은 계단을 올라야만 방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심해진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산책조차 꺼려하는 이유일 것이다.

가끔 관람객들이 있었지만, 멋진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마음에 요즘 유행하는 언택트 관람을 유도해보고자 글을 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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