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의 멋진 공간에서
성북동 어딘가, 끝이 어딘가 싶은 곳. 꽤 많은 계단을 밟고 올라가면 있는 성북동의 한 전시회를 보게 됐다. 들어가자마자 제법 오래돼 보이는 나무판자들이 보였고, 크게 두 가지 공간으로 나뉘어있는 곳이었다. 한 곳은 유화, 다른 쪽은 동양화로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기분 좋은 공간이었다. 코로나 시국이어서 제법 한산했는데, 한 작가님께서 자그마한 전시회 중앙에 앉아 유화 물감으로 또 다른 작품을 그리고 계셨다. 편하게 둘러보라는 작가님을 뒤로하고 작품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화려한 색이 없는 담백한 그림에서 오는 편안함이 느껴졌다. 러프한 붓터치에서 오는 시원함도 좋았으며, 그림 소재도 우리의 일상을 다뤘다는 점에서 맘에 들었다. 그 무엇보다도 몇 겹을 쌓아 올린듯한 두꺼운 유화가 눈에 띄었는데, 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엿볼 수 있었다. 그림을 다 본 뒤, 작가님과 얘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그분은 우리 엄마다.
엄마께서는 따로 작업실에서 작업하시지 않고 집에서 대부분의 작품을 그리신다. 매번 바쁘다는 핑계로 집을 나서는 나, 회사를 다니시는 아빠가 나가 있는 사이 그 많은 집안일을 책임지시면서도 작업에 열중하는 그 익숙한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전시회를 위해 엄마의 작품을 옮기다가 잠시 놓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떨어져 나온 조각이 마치 갓 구운 도자기처럼 두꺼웠다. 나도 모르게 엄마의 노력들이 떨어져 나간 것 같아 마음이 쓰라리고 울컥하기도 했다.
좋은 공간에서 엄마의 초대전을 열었는데 구경하러 오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아쉬웠다. 상당히 높은 계단을 올라야만 방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심해진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산책조차 꺼려하는 이유일 것이다.
가끔 관람객들이 있었지만, 멋진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마음에 요즘 유행하는 언택트 관람을 유도해보고자 글을 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