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uve bin Nov 22. 2020

‘심리방역’이 필요하다

세계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한다. 지금은 코로나 시대에 이미 익숙해졌기에 생활이 많이 바뀐게 맞나 갸우뚱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많은 것이 바뀌었다.


생각이 많아졌다. 코로나 이전에는 친구들과 많이 만났고 여러 모임을 가지면서 비교적 활동적인 삶을 살았기에 혼자서 사색하는 시간이 지금보다 현저히 적었다. 바쁜 삶을 살아가면서 그런 삶에 익숙해져 있었고, 일상을 되돌아보고 평가할 여유를 내지 않았다. 일상이 재고의 대상이란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코로나 이후인 지금, 모임에 참여하는 횟수도 줄었고 친구들도 훨씬 적게 만난다.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내 생활을 되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고수해오던 생활패턴이 나에게 정녕 도움이 될만한 바람직한 패턴인 것인지, 지금 유지하고 있는 모임이 혹여나 무의미하진 않은지,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추구하고 있는 가치관을 의심할 필요는 없을지.


물론 생각에 생각이 정신없이 쌓이다 보니 머리가 복잡해지고 감정의 기복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 고수인 분들이야 마음이 더욱 편안해진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 생각이 무작위로 섞인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코로나 시대로 인해 비대면 접촉이 크게 늘고 사람들과의 교류가 적다보니 우울증이 급증하며 자살률까지 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온다. 나만 이런 혼란의 시간을 겪는 것은 아닐 것이란 짐작이다. 정신없는 일상에서 벗어나서 일상을 다시 멀리서 바라보니 현타가 올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게 아닐까. 애써 외면해오던 스트레스가 뚜렷하게 보이고, 지금까지 안 보려고 했던 것들을 대면하게된 데에서 오는 불편함일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에 불안을 다함께 극복하는 심리방역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나온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코로나 이전의 시대처럼 무작정 바쁘기만 하는 세월을 보내다 보면 그 기저에 깔려있던 것들이 곪아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오게 됐을지도 몰랐겠다는 점이다. 타의로 갖게 된 시간이지만, 길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고 생각하는게 편하겠다.


미술치료 대학원 면접을 일주일 앞두고 있다. 아직 미술치료 전문가도 아니고, 미술치료의 ㅁ자도 모른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미술치료사가 된다면 우리 코로나 시대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코로나 시대에 생존을 걱정하는 시기에 무슨 예술이냐고 배부른 소리를 하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근데 그 생존이라는 것도 삶의 의지가 생기고 나에 대한 믿음이 주어질 때야 가능한 것이다. 자아 정체성을 파악하고 자신이 겪고 있는 상태에 대한 정확한 인지를 한 후에야 생존 의지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술치료사가 되기 위한 문턱을 넘지도 못한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주제넘은 말일 수도 있으나, 무언가를 시작할 때의 그 패기로 이 글을 적어본다. 추후 전문적인 미술치료사가 된다면 이 글을 다시 읽으며 지금 이 시대에서 많은 이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미술치료사가 될 것이라고 다시 다짐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잃고 싶지 않았던 친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