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묻는 단골 질문이 있다. 특히 지금의 직업에 만족하고 있는 친구들에겐 꼭 물어본다.
“너는 네가 그 직업에 잘 맞는지 어떻게 알았어?”
“여러 경험을 해보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지”
이게 들을 때는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진짜 내가 누군지 알기가 나는 힘들다. 어떤 것이 나에게 맞는 일이고 더 적절한 일인지 감이 오지 않을 때가 훨씬 많다. 모든 일이 그다지 싫지 않기에, 모든 일이 그렇게 좋지도 않다. 호불호가 강한 사람이 아니다. 모든 일이 나름 재미가 있다.
지금 미술치료를 공부하고 있지만, 아직도 이 길이 나에게 최선인지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래서 이곳저곳의 채용 공고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가까운 이들에게 묻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더욱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친구들마다 나를 다르게 보고 있었다. 풀지 못하겠는 수학 문제를 만난 듯이 꽉 막힌 기분이 들었다.
나는 난데.. 왜 나에 대해서 파악을 못하고 있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그러다가 문득 나는 왜 하나의 나여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면을 갖고 있는 나를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해보면 누구나 여러 가지 지위를 갖고 있는 동시에 상황에 따라 조금씩 바뀌는 다양성을 갖고 있다. 부모님의 딸로서의 나, 친한 친구로서의 나, 존경하는 교수님의 제자로서의 나...
피곤할 때는 만사가 귀찮은 나, 좋아하는 사람과 있을 때는 사랑스러운 나, 불쾌한 일이 있으면 찡그리고 있는 나...
어디에서나 일관적인 사람은 존재하기 힘들지 않을까.
여러 자아들 중 나의 가장 솔직한 자아는 무엇일까, 생각하며 동시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내가 나라고 생각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