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 : 자신과 관련된,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남에게 알리는 행위
분명 자랑이라는 단어 자체는 중립적이다. 자랑에는 분명 장단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좋은 면을 알려서 본인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시기와 질투를 사거나 소위 '재수 없다'는 평을 들을 공산이 크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자랑을 잘 사용한다면 자신에게 플러스가 되게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겸손은 미덕이라는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다. 내가 나를 드러내지 않으면 누가 나를 드러낼 수 있을까? 여기서의 자랑은 자신의 장점에 대한 설명도 포함한다.
그런데도 보통의 사람들이 자랑에 반감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랑하는 사람을 보면, 모든 면 중 좋은 면만 콕 집어 말하는 것일 뿐인데도 - 인생에는 업 앤 다운과 빛과 그림자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 열등감이 생기는 기분이기도 하다. 혹은 누군가의 자랑을 들어줄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거나, 자격지심이 있거나 자신의 결핍을 건들고 있다는 생각에서 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시간을 뺏고 있다는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인생에는 그림자도 있기 마련인데 자신의 빛나는 부분만을 말하는 상대방이 얄미워서일까.
자랑의 종류는 크게 2가지로 나눌 수가 있다. 1) 자신에 대한 것과 2) 자신의 주변에 대한 것. 보통 자신의 업적에 대한 자랑을 할 경우에는 수긍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반면 자신의 친구, 자신의 자식, 자신의 가족에 대한 자랑일 경우에 듣기 싫어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빈수레가 요란하지'라는 말이 여기서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자신을 높이고 싶으나, 자신에 대해 자랑할 것이 없으니 주변 사람들을 높여서 자신을 올려보려는 속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자랑의 목적도 2가지로 나눌 수가 있다. 1) 자신을 높이기 위해, 나는 이 정도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과시하거나 혹은 상대방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2) 나는 이렇게 괜찮은 사람이니까 그걸 알아줬으면 해서. 말한 사람의 진정한 의도를 파악하긴 힘들겠지만, 보통의 자랑은 1) 번에 해당하기 쉽다는 점에서 아니꼽게 보기 쉬울 것이다.
물론 감싸줄 수 없는, 참 눈치 없는 자랑도 있다. 가령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는 친구 앞에서 비싼 물건을 샀다고 자랑하는 등과 같은 경우일 것이다. 나는 이건 자랑의 문제가 아니라 인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일 것이고 사회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추측할 것 같다. 이런 자랑은 존중받지 못할 수밖에 없다.
듣고 싶으면 조언이 되고, 듣기 싫으면 잔소리가 된다는 법륜스님의 말처럼 모든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귀엽게 봐주면 어필이 되고 나쁘게 봐주면 재수 없이 보인다. 대화의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대화 내용도 누가 보면 '재수 없는 것'이 되기 십상이다. 실제 나도 옆에서 그 실상을 본 적이 있다. 직업의 강도에 대한 대화를 다 같이 하고 있는 와중에, 한 팀원이 판사의 업무 강도가 아주 세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다른 팀원이 그걸 어떻게 아냐고 하자 자기 아빠가 판사 업무를 하고 있다고 했다. 몇 시간 뒤 그 팀원이 집에 가자, 다른 팀원들이 저걸 왜 굳이 말하냐고 뒷말을 하는 것을 보고 뜨악했던 적이 있다. 그러면 그 질문에 대해서 그 친구는 거짓말을 치거나 둘러대야 했을까? 자신의 이야기를 숨기면서까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상황도 참 아이러니할 것이다.
자랑에 대한 기준이 다른 것이 어쩌면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집에 도와주는 아주머니' '부자 동네에 있는 주택'이라는 단어가 본인의 생활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요소라면, 그 사람에게는 이것도 자랑이라고 느낄 수 있다. 가령 어디 사는지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평창동 주택에 산다는 자신의 주소지를 말했다는 이유로 '그걸 또 자랑하더라'라고 반응할 수도 있는 것이다.
대화할 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을 찾을 것이다. 대화의 많은 부분이 거슬리고 한 명이 상대방의 눈치를 보기 된다면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되기 힘들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디까지가 자랑인가'를 결정짓는 데에 자라왔던 환경이 비슷한 사람끼리 그 경계가 비슷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끼리끼리 놀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자랑을 하고 싶거나 듣고 싶으면 서로 비슷한 사람을 만나라! 는 좋은 해답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서로 어디까지가 자랑인가에 대해서 파악하고 맞춰가는 과정이 있어야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가 이어질 수 있다.
자랑이라는 말 이전에 상대방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서로의 기분을 조금만 생각해본다면 자랑이 싫지만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기쁘고 신나는 소식을 공유하는 정도의 애교 섞인 자랑을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