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에 서서 짊어지고 있을 무게를 감히 상상할 수 없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내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느낌이 든다. 그들이 중요한 순간에서 감정을 격하게 드러내는 순간마다 울컥했다. 선수들의 긴장한 표정, 덤덤한 표정, 표효, 울음을 터뜨릴 때, 웃을 때 그들의 감정 하나하나에 그들의 압박감과 지금까지 노력했던 지난한 시간이 묻어 나오는 듯하다.
불확실한 결과에 자신의 몇 년을 쏟아붓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에 대한 믿음, 조국에 대한 애정, 나라를 대표하여 출전한다는 책임감 등을 모두 갖춘 사람이어야 가능할 것이다. 뛰어난 실력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실력이 뛰어나다고 방심할 수도 없다. 세계 랭킹 1위 선수가 항상 금메달을 따는 것이 아닌 것만 봐도, 월드클래스 선수들은 언제든지 서로의 위협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치의 방심도 용납되지 않는 세계다. 게다가 실전 경기에서는 출중한 실력과 함께 막대한 압박감을 이겨낼 수 있는 멘탈을 유지하는 것이 승패를 가르기도 한다.
메달을 따지 못하면 자신이 출전한 종목에 대한 대중의 주목도와 관심이 줄어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되고 따라서 기업이나 국가의 지원이 적어질 수도 있는 그런 악순환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선수들은 '죽기 살기로' 노력한다. 후배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떠나고 싶은 선배의 마음일듯하다.
단체전은 선수들을 더 옥죄어오기 쉬울 것 같다. 단체전의 특성상 내가 못하면 우리 팀에 속한 모두에게 해가 된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적어도 한몫은 해야 한다는 그 압박감에, 또 팀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다는 이쁜 마음에서 오는 그 무게는 참 무거울 것이다. 그 팀의 에이스라고 분류된 사람은 자신이 그 네이밍에 맞는 몫을 해야 한다는 마음에 더욱 그럴 것 같다.
또한 한국 엘리트 체육의 특성상, 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남들이 공부할 때 운동에 올인하는 경우가 많기에 선수 개인 인생에 있어서도 올림픽은 중요하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그만큼 선수로서의 생명이 짧아질 수도 있다. 올림픽의 개최가 4년 만에 이뤄지는 만큼, 지난한 시간을 투자해 만들어낸 결과를 꽃피울 기회도 많지 않다.
선수 생활을 해본 적도 없는 나는 그들의 마음을 100%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데에 동의한다. 그럼에도 부단히 노력해준 모든 선수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해보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쓴다. 그렇게 긴 시간을 한 경기를 위해 노력해온 선수들의 그 시간에, 노고에, 그 마음에 존경을 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