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의 결혼

부모님께서는 나의 결혼에 관심이 많으시다. 힘들다. 27이 죈가

“너 언제 결혼하게? 이제 남자 못 만난다”

“..?”

나는 결혼에 굉장히 긍정적인 사람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미래를 굳게 약속하는 의미인 것 같아서 좋다. 결혼이라는 제도를 꼭 사용해야 하느냐는 말도 많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법적으로 부부로 인정받는 다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면 더더욱 서로를 더 이쁘게 봐줄 마음이 있느냐, 할 때에도 어느정도 책임감을 갖고 마음가짐을 다시 다지지 않을까? 살다보면 너죽고 나죽자는 말이 나올 때가 있을 텐데(없으면 더 좋다), 그 때마다 아 그냥 헤어질까?라는 선택지가 있다면 책임감을 살짝 놔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근데 문제는 부모님이 내가 결혼을 못할까 봐,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어질까 봐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걱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여자가 결혼을 쫌 더 빨리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고, 남자는 30대 중반이나 그 이후에 결혼을 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박혀있기 때문이다. 여자가 20대에 결혼을 못하고 더구나 애인이 없으면, 30대에 짝을 찾기는 힘들거라고 걱정하시는 어른들이 많더라.

그러나 내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았고, 상대방과 합의가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마음만 조급한다고 결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부모가 압박해서 하는 결혼을 하면 나중에 내가 결정한 것도 아닌데.. 라는 책임전가가 가능해지는 것이 문제가 될 것 같다. 결혼도 다 때가 있다고 하지만, 상대방이 없거나 결혼 상대로 적절하지 않은 사람과 억지로 결혼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부모님께선 내가 결혼은 당연히 한다는 전제를 이미 깔고 계신 것 같아 그것도 사실 불만이다. 요즘 비혼주의자가 얼마나 많은데 왜 결혼을 당연한 것으로 아실까, 싶다. 사실 난 결혼을 할 것이지만 그래도 그걸 당연하게 여기신다는 것이, 내 의견은 존중하지 않는 것 같아 조금은 찜찜한 마음이 든다.

그러면서도 내가 아직 학생 신분인터라 상황이 불안정하니까 그 여파(?)로 내 결혼까지 걱정을 하게 되신 건가 싶어 죄송한 면도 있다. 그래도 결국 결혼은 내가 해야 하는 것이니 나에게 굳이 압박을 주시진 않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