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을 밥 먹듯 하는 친구가 있다. 주말도 없이 일하는 그 친구를 보면서 항상 안쓰러운 맘이 들었다. 그렇다고 무책임하게 ‘그냥 그만둬’라고 말하지도 못하겠고.
일 년에 두 번을 볼까 말까 하는 그 친구를 만날 때면, 보통 그 친구가 편한 쪽으로 가는 편이다. 물론 내가 아끼는 친구라 그렇다.
그 친구를 만날 때면 내가 맛집이나 카페나 술집을 찾아가는 편이다. 좋아하는 친구랑 인데, 일 년에 몇 번 못 보는데, 가장 이쁜 곳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것에 불만은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고, 다만 그 친구도 좋아할까 궁금한 것일 뿐.
노곤한 몸을 이끌고 간, 내가 찾아놓았던 카페에서 우리는 한참 수다를 떨었다. 그러다가 친구가 문득 말했다.
“근데 네가 항상 이렇게 좋은 곳 찾아줘서 너무 고맙고 좋아” “바빠서 신경 못쓰는 나한테 네가 연락해줘서 항상 고마워, 진짜로”
이런 감사인사를 받으려고 한 행동들은 아니었지만, 도파민 엔돌핀 세로토닌 아드레날린이 한꺼번에 나온 느낌이었다. 계속 친구한테 잘해야지라는 생각과 함께.
술 먹은 것도 아닌데, 이런 나랑 알게 돼서 운이 좋다고 말해주는 친구 앞에서 나는 쑥쓰러우면서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런 감사인사를 받기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걸 보니. 아니, 사실 정확히 말하면 친구가 고마워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던 것이 아니라 내가 했던 그간의 생각들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진짜로 좋아한 것 같아서 나도 참 좋았다.
친할수록, 가까울수록 이런 고맙다는 말을 생략하게 되는 것 같다. 고마운 마음이 들면서도 익숙한 마음에 그 말을 생략해버리곤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하루에도 고마움을 느끼는 순간들이 참 많았는데.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