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글은 왜 실험실에서 울지 않을까?

침묵당한 비명과 인간의 자화상

by 유다람


Prologue: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의 잔혹한 대가


당신의 화장대 위에 놓인, 갓 출시된 신상 립스틱. 당신이 매일 밤 바르는 주름 개선 크림. 그리고 두통이 올 때마다 습관처럼 삼키는 진통제 한 알.

우리는 이것들이 주는 편리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건강함에 익숙하다. 하지만 우리가 '안전하다'고 믿고 바르고 먹는 이 모든 것들이, 누군가의 끔찍한 고통과 침묵 위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눈을 감아보자. 차가운 철창, 멸균된 공기,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 그리고 그곳에, 크고 맑은 갈색 눈동자를 가진 강아지 한 마리가 있다. 꼬리를 살랑이며 사람을 반기는, 우리가 '악마견'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사랑하는 그 비글(Beagle)이다.

하지만 이 비글은 짖지 않는다. 짖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짖지 않도록 만들어졌다.

'감정비망록'의 이번 장은, 인간을 위해 실험실에서 태어나고, 고통받다, 끝내 소리 없이 사라지는 존재들, 실험견 비글의 침묵당한 진실에 관한 기록이다.



1. 왜 하필 비글인가?: 축복이 저주가 된 아이러니


전 세계 동물 실험실에서 사용되는 견종의 90% 이상이 비글이다. 왜 하필 비글일까? 많은 이들이 궁금해한다. 튼튼해서? 번식이 쉬워서?

물론 그런 이유들도 있다. 비글은 유전적으로 건강하고 질병에 강하며, 체구가 적당해(약 10~15kg) 다루기 쉽다. 또한 다산(多産)하는 경향이 있어 실험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에 유리하다. 과학적인 측면에서, 여러 마리를 대상으로 실험했을 때 결과의 오차가 적다는 점도 연구자들이 비글을 선호하는 이유다.

하지만 비글이 실험견으로 선택된 가장 잔인하고도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비글이 가진 '너무나 사랑스러운 성격' 때문이다.


비글은 본래 사냥개로 개량된 견종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사람을 좋아하고 온순하며 인내심이 강하다. 낯선 사람에게도 쉽게 꼬리를 흔들고, 고통을 주어도 공격성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심지어 실험을 위해 자신을 묶고 주사를 놓는 연구원에게조차 꼬리를 치며 다가가는 경우도 있다.


바로 이 '착한 성품'이 그들에게는 지독한 저주가 되었다. 실험자들은 반항하거나 공격하지 않는 온순한 대상을 원했고, 비글은 그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했다. 사람을 너무나 사랑해서,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손길마저 믿고 따르는 그 순진무구함이 그들을 가장 완벽한 실험 도구로 만든 것이다.

축복받아 마땅한 그들의 사랑스러운 본성이, 인간의 이기심 앞에서는 가장 잔혹한 착취의 근거가 되어버렸다.

2. 실험실의 진실: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


그렇다면 우리가 바르는 화장품과 먹는 약을 위해 비글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겪을까? 실험실의 문은 굳게 닫혀있고, 진실은 대외비라는 이름으로 가려져 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의 잠입 취재와 내부 고발자들의 증언을 통해 드러난 실상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① 독성 시험 (Toxicity Testing): "죽을 때까지 먹인다"


신약이나 화학 물질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가장 많이 행해지는 실험이다. 연구자들은 비글의 몸무게에 맞춰 일정량의 약물이나 화학 물질을 매일 강제로 투여한다.

방법은 다양하다. 강제로 입을 벌려 약을 삼키게 하거나, 호스(위관)를 식도에 삽입해 위장으로 직접 약물을 주입한다. 때로는 정맥이나 근육에 주사하고, 피부에 화학 물질을 바르거나, 독가스를 좁은 공간에 살포해 강제로 들이마시게 한다(흡입 독성 시험).

이 실험의 목적은 명확하다. '반수치사량(LD50)'을 찾는 것. 즉, 실험 대상 동물의 50%가 죽는 독성 물질의 양을 알아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원들은 비글들이 구토, 경련, 출혈, 장기 부전 등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다 죽어갈 때까지 투여량을 계속 늘려간다. 이 과정에서 마취나 진통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고통 자체가 실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과학적' 이유 때문이다.


② 안구 및 피부 자극 시험 (Draize Test): "당신의 마스카라를 위해"


주로 화장품이나 샴푸, 세제 등의 안전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행해지는 악명 높은 실험이다.

연구원들은 비글을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한 후, 눈 점막이나 면도한 피부에 테스트할 화학 물질을 떨어뜨리거나 바른다. 그리고 일정 시간 동안 비글이 눈을 깜빡이거나 긁지 못하도록 눈꺼풀을 고정하거나 목에 칼라를 채운다.

비글은 타는 듯한 작열감, 충혈, 염증, 궤양, 심하면 실명에 이르는 고통을 생생하게 느껴야 한다. 특히 안구 실험의 경우, 비글의 큰 눈은 물질을 투여하고 관찰하기 쉬워 토끼와 함께 가장 많이 희생된다. 당신의 마스카라가 '눈 시림이 없다'는 문구를 달고 나오기까지, 수많은 비글들이 눈을 멀어야 했다.


③ 기타 잔혹한 실험들


이 외에도 비글들은 인공 관절이나 임플란트 테스트를 위해 멀쩡한 다리뼈나 턱뼈가 부러지거나 잘려 나가고, 장기 이식 실험을 위해 장기를 적출당한다. 새로운 수술 기법을 연습하는 '실습용'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각종 바이러스나 세균에 강제로 감염되어 질병의 경과를 관찰당하기도 한다.

3. 비글은 왜 울지 않는가?: '성대 제거 수술'의 진실


"그런데 이상하네요. 그렇게 고통스러우면 짖거나 울부짖을 텐데, 실험실은 왜 조용한가요?"


많은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이다. 그 대답은, 이 모든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잔혹하고 비인도적인 진실을 담고 있다.

수많은 실험실 비글들이 '성대 제거 수술'을 받기 때문이다.

이유는 소름 끼치도록 단순하다. '시끄러우니까'.

수십, 수백 마리의 비글이 갇혀 있는 실험실에서 그들이 고통으로 울부짖기 시작하면 소음 수준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는 연구원들의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실험 집중도를 떨어뜨리며, 무엇보다 실험실 밖으로 소리가 새어 나가 민원이나 비판 여론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한다. 개들이 고통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 즉 '목소리'를 빼앗는 것이다.

성대 제거 수술은 간단하다. 개의 입을 벌리고 성대 조직을 절개하거나 지져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만든다. 마취하에 진행된다고는 하지만, 수술 후의 고통과 불편함은 오롯이 개의 몫이다.

목소리를 잃은 비글은 고통스러워도 비명을 지르지 못한다. 쉰 소리로 쌕쌕거리거나,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만 낼 뿐이다. 연구원들은 조용한 환경에서 '쾌적하게' 실험을 진행하고, 비글들의 고통은 그 침묵 속에 철저히 은폐된다.

'울지 않는 비글'. 그것은 그들이 고통을 참아내는 인내심 강한 개라서가 아니라, 인간이 그들의 비명조차 듣기 싫어 목소리마저 거세해버린 결과다. 이 침묵이야말로 인간 잔혹성의 가장 극적인 증거가 아닐까.

4. 실험이 끝난 후: 안락사, 혹은 또 다른 지옥


길고 고통스러운 실험이 끝났다. 그렇다면 살아남은 비글들은 어떻게 될까? 따뜻한 가정으로 입양되어 남은생이라도 편안하게 보낼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런 행운을 누리는 비글은 극소수다.

대부분의 비글들은 실험이 끝나는 즉시, 혹은 더 이상 실험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는 순간 '처분'된다. 가장 흔한 처분 방식은 안락사다. 실험 데이터를 얻기 위해 부검이 필요한 경우도 많고, 실험 과정에서 이미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회복이 불가능하거나, 밖으로 나갔을 때 실험 내용이 유출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더 끔찍한 경우도 있다. 하나의 실험이 끝나고 살아남은 비글이 다른 실험의 '재료'로 재사용되는 것이다. 독성 실험에서 살아남은 아이가 다음엔 피부 자극 실험에 투입되고, 그다음엔 외과 수술 실습용으로 쓰이는 식이다. 죽을 때까지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지옥'이다.

운 좋게 구조되거나 실험견 은퇴 프로그램(비글 구조 네트워크 등)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평생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좁은 철창(뜬장)에서만 평생을 살아온 탓에 발바닥은 갈라져 있고, 근육은 위축되어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햇살, 바람, 잔디의 감촉을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기에 세상 모든 것을 두려워한다. 사람의 손길을 그리워하면서도, 하얀 가운만 보면 공포에 질려 오줌을 지리기도 한다.

무엇보다 가슴 아픈 것은, 그토록 끔찍한 고통을 겪고도 여전히 사람의 눈을 바라보며 꼬리를 흔든다는 점이다. 그 맹목적인 사랑과 신뢰를 우리는 어떻게 갚아야 할까.

5. '필요악'이라는 변명: 동물 실험, 정말 대안이 없는가?


오랫동안 과학계와 산업계는 동물 실험을 '인류의 발전과 건강을 위한 불가피한 희생', 즉 '필요악'이라고 주장해 왔다. 신약을 개발하고 화장품의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생체 실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21세기인 지금도 이 논리가 유효할까? 수많은 전문가와 데이터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① 과학적 한계: 인간과 동물은 다르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동물 실험의 결과가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간과 동물은 유전자 구조, 대사 과정, 질병의 발병 기전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실제로 동물 실험에서는 안전하고 효과적이었던 약물이 임상 시험(사람 대상)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거나 효과가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인 예로 1950~60년대 입덧 방지제로 판매되었던 '탈리도마이드' 비극이 있다. 이 약은 동물 실험(쥐, 개, 원숭이 등)에서는 부작용이 없었지만, 복용한 임산부들이 팔다리가 없거나 짧은 기형아(해표지증)를 출산하는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 반대로 아스피린이나 페니실린처럼 인간에게 유용한 약물 중 일부는 특정 동물에게 치명적인 독성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동물 실험이 인간의 안전을 보장하는 완벽한 수단이 아님을 증명한다.


② 윤리적 문제: 생명의 무게는 저울질할 수 없다

인간의 이익을 위해 다른 종에게 고통과 죽음을 강요할 권리가 우리에게 있는가? 철학자 피터 싱어는 저서 『동물 해방』에서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를 차별하는 것은 인종차별이나 성차별과 다를 바 없는 '종 차별주의(Speciesism)'"라고 비판했다. 비글도 인간처럼 고통과 공포, 기쁨과 슬픔을 느끼는 지각 있는 존재다. 그들의 생명은 인간의 생명보다 가볍지 않다.


③ 대안은 이미 존재한다: 동물 대체 시험법의 발전

다행히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동물 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인도적이고 과학적인 방법들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세포 및 조직 배양: 인간의 세포나 조직을 배양하여 약물 반응을 테스트한다.

장기 칩(Organ-on-a-chip): 인간의 장기 기능을 모사한 미세 칩을 이용해 생체 반응을 시뮬레이션한다.

컴퓨터 모델링(In silico):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화학 물질의 독성을 예측한다.

인조 피부 및 각막 모델: 실제 인간의 피부나 각막과 유사한 3D 모델을 만들어 자극 시험을 대체한다.


이러한 대체 시험법들은 동물 실험보다 오히려 더 빠르고, 저렴하며, 인간에게 더 정확한 예측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6. 변화의 물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세계는 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2013년부터 화장품 동물 실험을 전면 금지했고, 동물 실험을 거친 원료가 포함된 화장품의 수입 및 판매까지 막고 있다. 이스라엘, 인도, 노르웨이, 대만 등 많은 국가가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2017년부터 화장품법을 개정하여,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화장품 원료 및 완제품에 대한 동물 실험을 금지했다. 하지만 여전히 예외 조항이 많고, 의약품이나 화학 물질 분야에서는 수많은 동물이 희생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거창한 운동가가 될 필요는 없다. 일상에서의 작은 선택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든다.


①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 제품 선택하기

화장품이나 생활용품을 살 때, 토끼 그림(Leaping Bunny)이나 'Not Tested on Animals', '동물 실험 반대' 마크가 있는지 확인하자. 우리의 소비는 가장 강력한 투표다. 기업은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제품은 만들지 않는다.


② 관심과 목소리 보태기

동물 실험 반대 서명 운동에 참여하거나, 관련 법안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자. 실험견 구조 단체나 보호소에 후원하거나 봉사 활동을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③ 기억하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억하는 것'이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 뒤에 가려진 그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것. 실험실 비글들의 맑고 슬픈 눈망울을, 그리고 그들이 빼앗긴 목소리를 기억하는 것.

비글이 울지 않는 것은 고통스럽지 않아서가 아니다. 우리가 그들의 비명을 듣지 않기 위해 귀를 막고, 그것도 모자라 그들의 성대마저 도려냈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가 그들의 목소리가 되어주어야 할 때다. 침묵당한 그들의 비명을 대신 외쳐주어야 한다.

모든 생명은 고통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인간의 아름다움과 건강이 다른 생명의 끔찍한 희생을 담보로 해서는 안 된다.

철창 속에서 떨고 있을 마지막 실험견이 해방되는 그날까지, 우리의 '감정비망록'은 이 불편한 진실을 계속해서 기록할 것이다.




당신의 화장대 위에서 반짝이는 립스틱 하나.

어쩌면 그것은, 실험실에서 평생 햇빛 한 줌 보지 못하고

고통 속에 죽어간 비글의 눈물일지도 모릅니다.

인간을 너무나 사랑해서, 고통을 주는 손길조차 믿고 따랐던 그 죄 없는 생명들.

우리는 그들에게 너무나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동물 실험 반대'는 유난스러운 구호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잃어버린 '인간성'을 회복하는 일이자,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일입니다.


오늘부터, 물건 하나를 고를 때 작은 '토끼 마크'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당신의 작은 선택이, 실험실의 차가운 철창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비글이 더 이상 실험실에서 침묵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꿈꾸며.


Written by yooda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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