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흙의 아이들: 스마트 폰 뒤에 숨겨진 콩고의 눈물

by 유다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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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손에 쥔 것은 무엇인가?


지금, 당신의 손에 들린 그것을 내려다보세요.

매끄러운 유리 질감, 손에 착 감기는 차가운 금속의 온도, 그리고 세상을 향해 언제나 열려 있는 빛나는 화면. 스마트폰. 현대 문명의 총아라 불리는 이 작은 기계는 이제 우리의 눈과 귀, 그리고 입이 되어 일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밤이 되면 우리는 습관처럼 충전기 케이블을 꽂습니다. 화면 상단의 배터리 아이콘이 붉은색에서 초록색으로, 10%에서 100%로 차오르는 것을 보며 우리는 안도감을 느낍니다. "내일도 문제없어." 꽉 찬 배터리는 곧 하루를 살아갈 동력이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묻지 않습니다. 이 배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이 편리함의 동력이 어디서 왔는지. 그저 더 오래가고, 더 빨리 충전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오늘 저는 당신이 한 번도 가보지 못했을, 어쩌면 영원히 알고 싶지 않았을 지구 반대편의 붉은 땅으로 당신을 안내하려 합니다. 그곳에는 당신의 스마트폰을 켜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깎아 빛을 만드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혁신'이라 부르는 기술의 가장 밑바닥, 그 어둡고 습한 갱도 속에 갇힌 '붉은 흙의 아이들'. 이것은 그들의 피와 땀으로 쓰인, 가장 불편하고도 슬픈 비망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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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콩고의 붉은 저주: 축복받은 땅, 버림받은 아이들


아프리카 대륙의 심장부, 콩고민주공화국(DRC).


이곳은 신이 내린 축복의 땅이라 불릴 만큼 막대한 지하자원을 품고 있습니다. 다이아몬드, 금, 구리,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의 '하얀 석유'라 불리는 리튬과 코발트까지. 전 세계 코발트 매장량의 절반 이상이 바로 이 붉은 흙 아래 잠들어 있습니다.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그리고 친환경 미래를 약속하는 전기차까지. 이 모든 첨단 기기의 심장인 '리튬 이온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코발트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원료입니다. 코발트가 있어야 배터리가 과열되지 않고, 더 오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푸른 황금(Blue Gold)'은 콩고 사람들에게 축복이 아닌 저주가 되었습니다.


거대 글로벌 기업들이 운영하는 기계화된 광산 옆에는, 개미떼처럼 땅을 파헤치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장인 광산(Artisanal Mine)'이라 불리는 불법 소규모 채굴장입니다.


이곳에는 안전모도, 마스크도, 최소한의 장비도 없습니다. 그저 맨손과 낡은 곡괭이 하나가 전부입니다. 그리고 그 위험한 현장의 가장 깊숙한 곳, 가장 좁은 틈새에는 어김없이 아이들이 있습니다.


학교에 가서 연필을 쥐어야 할 7살, 10살 아이들이, 제 몸집보다 큰 마대 자루를 짊어지고 붉은 흙먼지 속을 걷습니다. 그들의 작은 손은 장난감을 만지는 대신, 날카로운 돌조각을 골라내느라 굳은살이 박이고 찢겨 있습니다.


그 아이들의 이름은 조슈아일 수도, 마리일 수도, 혹은 이름조차 갖지 못한 누군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하루는 똑같습니다. 해가 뜨기 전부터 해가 질 때까지, 허리를 펴지 못한 채 돌을 줍고 땅을 파는 것.


"배가 고파요. 하지만 돌을 줍지 않으면 오늘 밤은 굶어야 해요."


먼지 낀 눈망울로 아이는 말합니다. 그들에게 코발트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자원이 아닙니다. 그저 오늘 하루를 연명하게 해 줄, 빵 한 조각과 맞바꿀 돌멩이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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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7살 조슈아의 24시간: 지옥의 컨베이어 벨트


7살 조슈아의 하루를 따라가 봅니다.


아침 5시, 콩고 남동부의 광산 도시 코를레지(Kolwezi). 새벽안개가 걷히기도 전, 조슈아는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집을 나섭니다. 아침 식사는 물 한 모금이 전부입니다.


광산에 도착하면 지옥 같은 노동이 시작됩니다. 어른들이 깊은 갱도에서 파내어 던진 흙더미 속으로 아이들이 달려듭니다. 흙먼지가 폭풍처럼 일어 시야를 가리지만, 아이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흙 속에 섞인 검푸른 광석을 골라냅니다.


장갑이 없어 맨손은 늘 상처투성이입니다. 코발트 광석에는 우라늄 같은 방사성 물질이나 중금속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의 손끝은 독성 물질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피부병은 일상이고, 호흡할 때마다 폐 속으로 파고드는 금속 가루는 아이들의 숨통을 서서히 조여옵니다.


하지만 조슈아는 멈출 수 없습니다. 하루 목표량을 채우지 못하면 중간 수집상에게 매를 맞거나, 돈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뙤약볕 아래서 12시간을 꼬박 일해 아이가 손에 쥐는 돈은 고작 1달러 남짓. 우리 돈으로 1,500원도 안 되는 돈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마시는 커피 한 잔 값의 반도 안 되는 그 돈을 벌기 위해, 조슈아는 자신의 하루를, 아니 자신의 어린 시절 전체를 붉은 흙 속에 파묻고 있습니다.


점심시간이란 따로 없습니다. 집에서 가져온 딱딱한 옥수수빵을 흙 묻은 손으로 허겁지겁 먹는 것이 전부입니다. 물도 귀해 목이 타들어 가지만, 아이는 묵묵히 다시 돌무더기 속으로 기어들어갑니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려서야 조슈아는 집으로 향합니다. 온몸이 쑤시고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손에 쥐어진 지폐 한 장을 보며 희미하게 웃습니다. "오늘은 엄마 약을 살 수 있겠어."


그 작은 효심이 가슴을 후벼 팝니다. 7살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무겁고 가혹한 삶의 무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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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갱도 속의 유령들: 목숨을 건 숨바꼭질


지상에서 돌을 줍는 아이들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입니다. 10대 초반, 조금 더 자란 소년들은 '두더지(Creuseurs)'가 되어 지하 세계로 내려갑니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 곡괭이로 파내려 간 갱도는 좁고 위태롭습니다. 어른이 들어가기 힘든 좁은 구멍은 아이들의 몫입니다. 변변한 지지대 하나 없이 수직으로 뚫린, 깊게는 지하 50미터까지 이어지는 그 어둠 속으로 아이들은 밧줄 하나에 의지해 내려갑니다.


빛 한 줄기 없는 그곳은 말 그대로 생매장의 공포가 도사리는 곳입니다. 안전모도, 산소마스크도 없습니다. 머리에 두른 낡은 헤드랜턴 불빛 하나에 의지해 아이들은 벽을 쪼아냅니다.


"툭, 투욱..."


천장에서 흙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면 아이들의 심장은 얼어붙습니다. 우기(雨季)가 되면 갱도는 빗물을 머금어 수시로 무너져 내립니다.


실제로 매년 수백 명의 사람들이, 그리고 수십 명의 아이들이 이 갱도 속에 묻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합니다.


하지만 뉴스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들은 기업에 고용된 정식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유령들. 그들이 죽으면 부모는 시신조차 찾지 못한 채 갱도 입구에서 울다가 돌아갑니다. 기업은 모른 척하고, 정부는 침묵합니다.


그 죽음의 구덩이에서 캐낸 코발트가, 세척되고 제련되어 반짝이는 배터리가 됩니다. 누군가의 목숨값으로 만들어진 그 에너지가, 지금 당신의 스마트폰을 켜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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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왜 아이들은 학교가 아닌 광산에 있는가


우리는 묻고 싶어집니다. "부모는 도대체 뭘 하는가? 왜 아이들을 저런 사지로 내모는가?"

하지만 그 비난의 화살을 부모에게 돌리기엔, 콩고의 현실은 너무나 처참합니다.

절대 빈곤. 그것이 모든 비극의 원흉입니다.


콩고는 오랜 내전과 정치적 불안정, 그리고 자원을 둘러싼 이권 다툼으로 인해 국민 대다수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극빈국입니다. 부모가 뼈 빠지게 일해도 입에 풀칠하기조차 힘든 현실에서, 아이들의 노동력은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수단이 됩니다.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학교에 가려면 등록금과 교복 살 돈이 필요한데, 우리에겐 당장 먹을 빵 살 돈도 없습니다."


한 아버지의 절규는 콩고의 슬픈 딜레마를 보여줍니다.

광산에 보내면 아이의 건강을 잃지만, 보내지 않으면 아이를 굶겨 죽여야 하는 잔인한 선택지.


더욱 끔찍한 것은, 이 가난이 대물림된다는 사실입니다. 광산에서 일하느라 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는, 커서도 다른 직업을 갖지 못한 채 다시 광부가 됩니다. 그리고 그의 자식 또한 광산으로 향합니다. 코발트가 콩고를 부유하게 만들기는커녕, 아이들의 미래를 착취해 가난의 굴레를 더 단단하게 조이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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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세탁되는 죄책감: 우리의 소비는 정말 무구한가


콩고의 아이들이 캐낸 '피 묻은 코발트'는 복잡한 경로를 통해 세탁됩니다.


중간 상인들은 아이들이 캔 광석을 헐값에 사들여, 대형 제련 기업에 넘깁니다. 이 과정에서 광석의 출처는 지워집니다. 어느 광산에서 누가 캤는지 알 수 없게 뒤섞인 코발트는 중국이나 인도의 제련소로 보내져 가공되고, 배터리 셀이 되어 한국, 미국, 일본의 전자 제품 공장으로 들어갑니다.


최종적으로 우리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에는 'Made in China' 혹은 'Made in Korea'가 적혀 있을 뿐, 'Made by Joshua's Tears'라는 문구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기업들은 "우리는 아동 노동을 금지하는 규정을 준수한다"고 주장하지만, 복잡한 하청의 하청 구조 속에서 그 약속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기 일쑤입니다.


우리는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시킨 게 아니잖아."


맞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돌을 주우라고 시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더 싼 가격에, 더 성능 좋은 배터리를 끊임없이 요구해 왔습니다. 기업은 소비자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원가를 절감해야 했고, 그 압박은 공급망의 가장 밑바닥, 힘없는 콩고의 아이들에게 전가되었습니다.


우리의 소비가 직접적인 폭력은 아닐지라도, 그 폭력을 유지하는 거대한 시스템의 연료가 되고 있다는 사실. 이 불편한 연결고리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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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변화를 위한 작은 날갯짓: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절망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으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행히 세계는 조금씩 이 비극에 눈을 뜨고 있습니다. 국제 인권 단체들의 끈질긴 고발 덕분에, 애플, 삼성, 테슬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코발트 공급망을 추적하고 감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책임 있는 광물 채굴(Responsible Mining)'을 위한 협의체가 만들어지고,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광물의 이력을 추적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자율적인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소비자인 우리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합니다.


첫째, 관심을 가져주세요.


내가 쓰는 기기의 브랜드가 아동 노동 문제에 대해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찾아보는 것. 그 작은 관심이 기업을 긴장하게 만듭니다.


둘째, 윤리적 소비를 지향해주세요.


조금 비싸더라도 공정 무역을 통해 생산된 제품, 공급망이 투명한 제품을 선택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셋째, 자원을 아껴주세요.


스마트폰 교체 주기를 조금만 늘려도, 불필요한 배터리 소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폐휴대폰을 제대로 재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코발트 채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서랍 속에 잠든 폐휴대폰 한 대가, 콩고 아이의 하루치 노동을 줄여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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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눈물 위에서 피어나는 기술이어야 하기에


우리는 지금을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부릅니다.

인공지능이 그림을 그리고, 자율주행 자동차가 거리를 누비는 눈부신 세상입니다.

하지만 그 화려한 혁명의 가장 밑바닥 지지대가 7살 아이들의 피와 눈물로 다져진 것이라면, 우리는 과연 그것을 '진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기술은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여기서 '인간'은 스마트폰을 쓰는 우리뿐만 아니라, 그 스마트폰의 원료를 캐는 콩고의 아이들까지 포함하는 단어여야 합니다. 누군가의 인권을 짓밟고 서 있는 기술은, 아무리 빠르고 편리해도 결국은 '야만'일뿐입니다.


이제 우리는 매끄러운 액정 화면 너머를 볼 수 있는 '심안(心眼)'을 가져야 합니다.

나의 편리함이 지구 반대편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할 때, 그리고 그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기업과 사회에 변화를 요구할 때, 비로소 우리의 스마트폰은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Smart)'한 기기가 될 것입니다.


비망록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저는 간절히 소망합니다.

더 이상 아이들의 붉은 피가 우리의 배터리가 되지 않기를.

우리의 손끝에서 빛나는 이 기술이, 아이들의 땀을 닦아주는 도구가 되기를.

그리하여 언젠가 조슈아의 손에 차가운 곡괭이 대신,

따뜻한 빵과 연필이 쥐어지는 그날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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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잠들기 전 머리맡에 스마트폰을 두고 충전 케이블을 꽂는 당신의 손끝을 잠시 멈춰주세요.

그리고 상상해 주세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반대편 붉은 흙더미 위에서, 당신의 그 충전을 위해

자신의 숨을 깎아내고 있을 작은 아이의 거친 손을요.

매끄럽고 차가운 화면 너머에는 우리가 보지 못한, 아니 보려 하지 않았던

아이들의 뜨거운 눈물과 땀방울이 배어 있습니다.

죄책감에 고개를 숙이자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누리는 이 눈부신 편리함이 결코 공짜가 아님을,

누군가의 간절한 생명과 맞바꾼 빚임을 기억하자는 것입니다.


그 미안함과 고마움을 담아, 부디 그 아이들의 손에 차가운 곡괭이 대신

따뜻한 연필이 쥐어질 수 있기를.

붉은 흙먼지 속에 갇힌 그들의 꿈이 언젠가 푸른 하늘을 향해 마음껏 날아오를 수 있기를

당신과 함께, 간절히 기도합니다.


Written By Yoodaram

https://litt.ly/yoodaram_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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