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사랑의 언어는 다르다

: 서로 다른 주파수를 가진 두 남녀가 사랑을 통역하는 법

by 유다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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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탑이 무너진 자리, 신혼집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 이야기를 아는가. 인간들의 오만함을 벌하기 위해 신이 언어를 뒤섞어 버렸다는 그 이야기. 나는 가끔 생각한다. 신이 바벨탑을 무너뜨리고 나서, 가장 먼저 시험 대상으로 삼은 곳이 바로 '부부'가 아닐까 하고.


우리는 '사랑'이라는 공통된 감정을 가지고 결혼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서로 구사하는 언어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나는 "사랑해, 예뻐, 고마워"라는 따뜻한 말(Words)을 갈구하는 사람이었고, 남편은 묵묵히 청소를 하고, 고장 난 형광등을 가는 행동(Acts)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가 말을 안 해줘서 사랑받지 못한다고 울었고, 그는 뼈 빠지게 일하고 집안일을 해도 인정받지 못해 억울해했다.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언어로 사랑을 외치다 지쳐버린 두 사람. 오늘은 이 슬픈 '동문서답'을 멈추고, 서로의 언어를 통역해 내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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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시(詩)'를 원했고, 그는 '매뉴얼'을 주었다


여자인 나는 감정의 동물이다. 내가 힘들다고 말할 때 내가 원한 건 해결책이 아니라 공감이었다.


"오늘 회사에서 김 부장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


내가 듣고 싶었던 말: "진짜? 그 사람이 나빴네. 자기 정말 고생 많았다." (인정의 말)


하지만 공대생 마인드를 가진, 지극히 현실적인 내 남편의 대답은 이랬다.


"그래서, 김 부장이 지시한 건 다 처리했어? 다음엔 증거를 남겨놔." (해결의 말)


그의 말은 틀린 게 없었지만, 내 마음은 차갑게 식어버렸다. 나는 그가 내 감정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다. 반면 그는 나를 위해 가장 현실적이고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주려고 머리를 쥐어짜 낸 것이었다.


나는 그에게서 따뜻한 시(詩)를 기대했지만, 그는 나에게 튼튼한 가전제품 매뉴얼을 건네준 셈이다. 우리는 서로 사랑했지만, 주파수가 맞지 않는 라디오처럼 지지직거리는 소음만 만들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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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게리 채프먼이 말한 5가지 사랑의 언어


부부 상담 전문가 게리 채프먼은 사람마다 사랑을 느끼는 결정적인 언어가 5가지로 나뉜다고 했다.

인정하는 말: 칭찬, 격려, 사랑 고백

함께하는 시간: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시간, 산책

선물: 마음이 담긴 물건, 서프라이즈

봉사: 설거지, 청소, 아이 목욕시키기 등 행동으로 돕는 것

스킨십: 손잡기, 포옹, 잠자리

이 이론을 접하고 나서야 나는 무릎을 쳤다.


나의 제1 언어는 '인정하는 말'이었고, 남편의 제1 언어는 '봉사'였던 것이다.


내가 "사랑해"라는 말을 듣고 싶어 안달복달할 때, 남편은 화장실 배수구의 머리카락을 치우고 있었다. 나에게는 그게 그저 '청소'였지만, 남편에게는 그게 "사랑해, 너를 위해 내가 더러운 것을 대신 처리할게"라는 세레나데였던 것이다.


나는 그동안 남편의 세레나데를 '집안일'로 치부하며 듣지 못했던 귀머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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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통역기가 필요해 : 그 남자의 언어 배우기


언어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후, 나는 남편을 '외국인'으로 바라보기로 했다.

한국인에게 "Why don't you speak Korean?"이라고 화내봐야 소용없듯,

남편에게 "왜 나처럼 말하지 않아?"라고 따지는 건 무의미했다. 대신 내가 '통역사'가 되기로 했다.


남편이 말없이 내 차에 기름을 넣어두었을 때, 예전의 나: "말 좀 하고 넣지. 내가 넣으려 했는데."


지금의 나(통역 가동): "어? 기름 넣었네? (통역: 자기가 힘들까 봐 내가 미리 챙겼어 사랑해) 세상에, 나 생각해서 넣어준 거야? 고마워!"


신기하게도 내가 그의 언어(행동)를 알아봐 주고 감탄해 주자, 남편의 표정이 아이처럼 환해졌다. 자신의 사랑이 드디어 가 닿았다는 안도감.


반대로 나 역시 남편에게 내 언어를 가르쳤다.


"자기야, 나는 자기가 설거지해 주는 것도 좋지만, 하루에 한 번 '예쁘다'고 말해줄 때 에너지가 충전되는 사람이야. 나라는 기계는 '말'을 먹고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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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2 외국어 배우기 : 서툴러도 괜찮아


가장 이상적인 것은 상대의 언어를 배워서 써주는 것이다.


남편은 쑥스럽지만, 노력해서 나에게 "사랑해", "오늘 고생했어"라는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그 말이 억양 없는 국어책 읽기 같을지라도, 그 노력 자체가 나에게는 감동이었다.


나 역시 남편의 언어인 '봉사'나 '스킨십'으로 보답하려 노력한다. 그가 퇴근하고 왔을 때 말만 거는 게 아니라, 어깨를 주물러주거나(스킨십) 좋아하는 반찬을 해주는 것(봉사).


우리는 여전히 모국어가 다르다. 급박한 상황이나 싸울 때는 튀어나오는 본능적인 언어가 다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상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표현 방식이 다를 뿐이라는 것을.


"사랑해"라는 말과 "음식물 쓰레기 버리고 왔어"라는 말은, 본질적으로 같은 무게의 사랑임을.


5. 오해를 이해로 바꾸는 기적


결혼 생활의 불행은 '사랑의 부재'가 아니라 '해석의 오류'에서 온다.

아내가 잔소리를 하는 건 당신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더 잘 지내고 싶다는(함께하는 시간/대화) 사랑의 왜곡된 표현일 수 있다.


남편이 입을 닫고 동굴로 들어가는 건 당신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혼자 해결해서 당신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인정 욕구) 마음일 수 있다.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읽는 독심술사가 아니다. 그러니 부지런히 공부해야 한다. 내 배우자는 어떤 언어를 쓸 때 눈빛이 빛나는가? 무엇을 해줄 때 가장 행복해하는가?

나의 방식대로만 사랑을 퍼붓고 "나는 최선을 다했어"라고 말하는 건, 상대에게 알레르기 있는 음식을 잔뜩 차려주고 "맛있게 먹어"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


진짜 사랑은 내가 주고 싶은 것을 주는 게 아니라,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주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평생의 유학생이다


오늘도 남편은 무뚝뚝한 얼굴로 내가 벗어놓은 양말을 빨래통에 넣는다. 예전 같으면 "잔소리 좀 그만해"라고 생각했겠지만, 오늘 나는 그 등 뒤에 대고 속삭인다.


"양말 치워줘서 고마워. 사랑한다는 말로 들을게."


남편이 움찔하며 뒤를 돌아본다. 쑥스러워하는 그 얼굴이 귀엽다.

우리는 서로라는 낯선 나라에 도착한 유학생들이다. 평생을 다해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익히고, 통역하며 살아가야 할.

비록 완벽한 원어민이 될 수는 없겠지만, 서툰 발음으로라도 서로에게 "사랑해"를 전하려는 그 눈물겨운 노력이 우리를 진짜 부부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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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배우자는 어느 별에서 왔나요?


혹시 "남편은 도대체 제 맘을 몰라요", "아내는 저한테 만족을 못 해요"라며 답답해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오늘 밤, 테스트를 한번 해보세요. 서로의 '사랑의 언어'가 무엇인지.

의외로 정답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듣고 싶었던 따뜻한 말 한마디 대신,

남편은 묵묵히 당신의 자동차 엔진오일을 갈아놓았을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원했던 화려한 선물 대신,

아내는 당신과 눈을 맞추고 커피 마시는 10분을 간절히 원했을 수도 있습니다.


서로의 주파수를 맞추는 순간, 지지직거리던 소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으로 바뀔 거예요.

우리 부부처럼요.


사랑의 통역사가 되고픈, 유다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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