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득템'은 먼 곳이 아니라, 내 전화번호부 속

by 유인숙

지난 시간,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앞만 보고 달렸을까요?

손에 더 많은 것을 쥐려 애쓰다

정작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소중한 온기들을 놓치고 살았던 건 아닐까요.


저 먼 하늘의 무지개 색깔을 품평하느라,

정작 내 발등 위로 떨어진

따스한 햇살의 질감은 잊고 지냈습니다.


​계절은 어김없이 바뀌어, 담장 너머 개나리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앞다투어

노란 웃음을 터뜨립니다.


저 꽃들이 저토록 당당하게 피어날 수 있는 건,

먼 미래의 기회보다 지금 이 순간의 햇살과 바람에 온몸을 맡겼기 때문이겠지요.


​우리 인생 곳곳에도 사실 '행복 주머니'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늦은 밤까지 가게 불을 밝히는 아들의 씩씩한 목소리, 문득 생각나 코끝이 찡해지는 부모님의 함자,

그리고 바쁘다는 핑계로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지인들의 웃음소리까지.


​오늘 하루는 그 행복 주머니들을

하나하나 거두며 살고 싶습니다.

거창한 선물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봄이 오는데 잘 지내니?"라는

가벼운 안부 전화 한 통이면 충분합니다.


무지개를 쫓던 눈을 잠시 돌려

내 주변 사람들의 안부를 살피는 여유,

그것이야말로 이 봄날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장 우아한 사치 아닐까요?


​바쁜 일정의 틈새로 비집고 들어오는

이 봄바람을 핑계 삼아,

오늘은 당신의 목소리를 누군가에게 선물해 보세요.


행복은 늘, 우리가 전화를 거는 그 0.1초의 짧은 연결음 속에 이미 와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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