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작은 '자기 인식'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왔다. '인간은 절대 변하지 않아.'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변하지 않는 것은 오직 변화한다는 사실뿐이다.'라며 변화의 가능성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난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살면서 의지만으로 삶의 변화를 이끌어낸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사건 이후에 달라졌다는 소리를 더 많이 들었다.
술을 무척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다. 갑자기 건강이 나빠져서 의사에게 계속 술을 마시면 몇 개월 안에 죽을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술을 끊었다는 이야기는 가끔 듣곤 한다. 최근에 음주운전에 관한 벌칙이 강화되면서 술을 줄이는 사람도 늘었다고 한다. 자신의 의지로 하지 못했던 것을 어떤 통제에 의해서 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의 약한 의지를 대변하는 '작심삼일(作心三日)'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결심한 바를 빠르게 포기하는 상황은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주역>에서는 인간이나 국가의 운명이 커다란 순환구조 속에 있다고 말한다. 매우 좋은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나빠질 수 있고, 매우 안 좋은 상황이라도 좋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장 좋은 상황 혹은 가장 나쁜 상황을 변곡점이라고 말한다. 그 변곡점을 지나면 반대의 상황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이다. 결국엔 어떤 상황을 만나더라도 인간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은 왜 변곡점을 지나야만 하는가? 고대 중국의 명의였던 편작의 이야기도 이와 같은 상황을 말해준다. 편작이라는 의사가 왕의 건강 상태를 살핀 후 병이 있으니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첫 번째 방문 때 아직은 약으로 다스릴 수 있다고 말하지만, 왕은 자신에게 병이 없다고 하고 돌려보낸다. 이때 신하들은 편작이 공로를 세우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고 모함한다. 두 번째 방문 때 왕을 살핀 편작은 병이 깊어져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때에도 왕은 자신에게 병이 없다고 하며 돌려보낸다. 시간이 얼마간 지난 후 왕은 정말 상태가 안 좋아졌다. 치료를 위해 편작을 부르러 갔을 때 이미 편작은 도망을 갔다. 이땐 손 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상황에서 왕을 치료하지 못하면 죽음을 면치 못하기 때문에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생명은 변곡점이란 것이 없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이야기는 변곡점을 긍정적으로 말해주는 일화이다. 변방의 노인이 말을 키우고 있는데, 그 말이 오랑캐의 지방으로 도망간다. 사람들이 노인을 걱정하자 노인은 이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한다. 얼마 후 도망간 말이 오랑캐의 말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사람들이 축하하자 노인은 이 일이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한다. 얼마 후 노인의 아들이 말을 타다 떨어져 다리가 부러진다. 사람들이 슬퍼하며 노인을 위로하자 노인은 이 일이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한다. 또 얼마 후 오랑캐가 쳐들어와 마을의 모든 젊은이들이 전쟁터로 나가서 죽었지만, 노인의 아들은 다리가 불구가 되어 전쟁터에 가지 못해서 살아남는다는 일화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어느 순간이 변곡점인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회상을 통해 변곡점을 인식할 수 있을 뿐이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두려움인 죽음이 가까워온 순간에나 겨우 인식할 수 있을까. 나도 어린 시절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경험 이후로 물에 관한 트라우마가 생겨서 물속에 들어가는 것을 최대한 피하며 살았었다. 위염이 심해서 술을 줄인 적도 있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그때가 변곡점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주역>에서는 변화를 감지하는 지혜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생은 좋을 때와 나쁠 때가 공존한다.
대부분의 인간은 자신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기와의 싸움이란 건 사람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 없는 것(결핍)을 얻으려고 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참아야 하는 것(인내)이 어찌 쉽다고 할 수 있는가. 중국 속담 중에는 아래와 같은 말이 있다고 한다.
뚱보는 한 숟갈 먹어서 그리 된 것이 아니다. 세 척이나 되는 얼음은 하룻밤 추위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변곡점은 알 수 없더라도 변화의 신호는 분명 감지할 수 있다. 특히 그것은 주변의 인물로부터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변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다름을 빌어 의지를 감추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