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내 맘대로 살 거야!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 남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지. 살면서 무언가 남기고 싶어. 정말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 싶어!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데 뭐하러 열심히 살아. 난 부자가 될 거야. 돈만 모으면 뭐하려고 죽어서 가져갈 수도 없는 걸. 인생 뭐 있어?
어릴 적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무엇이었을까. 돌아보면 이 말이 아닌가 싶다.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질문한 어른이 좋아할 만한 대답을 했던 것 같다. 대통령이 되고 싶어요.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 의사가 되고 싶어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야구 선수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당시에 들을 수 없던 이야기가 있다. '그걸 위해서 넌 무엇을 하고 있니?' 뭐가 되고 싶다고 말만 해도 되는 시기였던 것 같다. 청소년기를 지나고 군생활을 마친 후에 질문이 바뀌었다. '너 뭐 해서 벌어먹고 살래?' 무엇이 되는 것보다 무엇을 하는 것이 중요하게 된 시기였다. 물론 무엇을 하는 것보다 무엇을 해서 돈을 버느냐가 중요한 것이었지만. 그래서 무엇인가 하려고, 아니 돈을 벌기 위해 학원에 다녔고 일을 배웠다.
자본주의가 아니더라도 의식주(衣食住) 문제는 인간에게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이다. 의식주를 돈으로 해결하는 세상에서 돈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그렇다고 돈을 쫓아가며 살아가는 것을 고운 눈으로만 바라볼 수 있을까. 산전수전을 겪고 돈을 모은 사람들 중엔 돈을 좇으면 오히려 돈이 모이지 않고,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면 자연스레 돈이 따라오더라고 말하는 사람이 제법 많다. 돈을 벌기 위해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사는 사람도 많다. 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돈을 벌려고 하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 의도가 어찌 되었든 간에 낭패를 본 후의 삶은 피곤함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썩어 없어질 몸.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갈 몸이니 함부로 살아도 되는 걸까.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라는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한 번뿐인 인생을 가치 있게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행복하게 살아야 해.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돈을 벌어야 해. 돈을 벌려면 무엇인가 배워야 해. 배우려면 시간을 투자해야 해. 그래서 행복할 시간이 부족해. 시간이 있다고 해서 꼭 행복하지 않아.
젊음이 있을 땐 돈이 없고, 돈이 있을 땐 시간이 없고, 돈과 시간이 있을 땐 건강이 없네.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물다 보면 끝이 없다. 삶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후에 난 '사랑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자주 하고 다녔다. 저마다 생각하는 사랑이 달랐다. 비슷한 질문으로 진리가 무엇인지, 행복이란 무엇인지 질문도 했다. 특정한 답이 없는 질문이라 그런지 대답을 듣는 것은 매우 흥미로웠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질문들이지만, 난 사랑. 행복. 진리란 정의 내리는 것이 아닌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함께 탁구와 막걸리를 즐기는 경상도 밀양 출신의 형이 있다. 이 형은 '어'와 '으'의 발음이 같다. 형의 발음은 술자리에서 웃음을 주는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너무 아픈 사랑을 노래할 때도 우린 느(너)무 아펀(픈) 사랑을 듣는다. '쌀'과 '살'의 발음이 안 되는 사람이 있는데, 형은 쌀과 살은 정확하게 발음한다. 언젠가 왜 발음이 안 되냐고 물었을 때 인상적인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어'와 '으'가 내 귀엔 같게 들려. 발음에 관한 정확한 원인을 배운 것처럼 뇌리에 스며들었다. 우린 들려야 말할 수 있는 존재이다.
정답이 없는 질문을 하는 것도 인생이고, 어떤 답을 정답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도 인생이다. 다양한 가치에 귀 기울이는 것도 인생이고, 어떤 하나의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도 인생이다. 난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하며 한 가지 대답을 들었다.
담보가 없는 행복이 진정한 행복이다.
유병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