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1일. 소소한 소망을 품고 새로운 사업에 도전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 벌써 만 14년이 지났다. 하얗게 새어버린 머리카락들과 지나간 시간에 새겨진 추억들이 남았다. 사업을 시작하고 9년쯤 지났을 때쯤 회사의 사정이 그리 좋지 못했다. 꾸준히 상승하는 인건비와 물가 탓도 있었고 서비스 비용을 올리지 못하는 시장 상황도 있었다.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토로하면 만나는 사람마다 내가 도전한 분야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그 시장은 절대 돈이 안 돼!' '일도 많고, 말도 많은데, 돈은 적어!' '내가 아는 사람이 절대 그 일은 하지 말라고 했어.' '사실 제 남편도 비슷한 일을 하는데, 거기는 정말 피곤하다고 안 하는 게 좋다고 해요.' '야, 너 그러다 망해!'
초심(初心)을 지킨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초심을 지키는 사람은 드물다. 초심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초심을 지키는 일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초심이라는 것도 올바른 방향을 향할 때만 유효하다. 나쁜 마음을 먹은 후 그 마음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자도 가치 있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어려움이 없을 땐 초심을 지키기는 크게 어렵지 않다. 원칙도 위기를 만났을 때 지키기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어려움이 닥치면 많은 유혹의 손길이 다가온다. 무엇보다 가장 두려운 것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젠 그만하고 포기하라는 생각이 올라오는 것이다. 그 정도면 되었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그 고생을 해. 포기에 관한 마음이 올라오면 농담처럼 하던 말을 되뇌곤 했다. '그래, 포기는 배추를 셀 때 사용하는 말이지.'
그렇게 지켜온 초심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버텨온 시간과 비례하게 생겨난 '인연(因緣)'이다. 소개 혹은 제안으로 만난 사람이 이젠 인생의 동반자 혹은 협력자로 존재하고 있다. 신뢰와 시간이 더해져서 인연이라는 결실을 얻는다. 살다 보면 남의 것을 탐하거나 일확천금을 노리는 자를 만날 수 있다. 그런 자들이 소중한 인연에 관한 경험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떤 계기로 돈을 얻게 된다고 해도 진정한 관계를 돈으로 살 수는 없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오해가 존재한다. 안타까운 사실은 '오해는 쉽게 하는 말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것이든 간에 말은 행동보다 쉽다. 말을 쉽게 하는 사람이 갖는 태도는 '아니면 말고'이다. 타인이 받는 상처나 그것을 삶으로 증명해가는 과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진실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시간만 소중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타인의 시간을 가볍게 여기는 것은 당연한 일일까. 말을 쉽게 하거나, 함부로 하는 자를 멀리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진실을 왜곡하고 자신이 편한 대로 말을 쏟아내는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것은 무척 괴로운 일이다. 수없이 많은 말을 쏟아내어 본질을 숨기려고 하는 이유가 분명 존재한다. 진실이 드러날 때쯤엔 또 다른 말을 만들어 애써 포장하려는 것을 많이 목격해왔다. 그러는 사이에 자신이 '피하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신기할 때도 있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사는 것도 부족한 인생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갈 때엔 외로움을 동반한다. 하지만, 올바른 길이라면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 하는 사람이 생긴다. 일확천금을 노리거나 남의 것을 탐하는 자에게도 소중한 동반자가 있을까. 각자가 원하는 바를 얻은 후 굿바이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초심을 잃지 않고 묵묵히 노력하는 사람에겐 하는 일 안에 '과정의 소중함'이 깃들어 있다. 꾸준하게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좋은 결과가 따르는 경우가 많다. 혹여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는 것이 있으리라. 함부로 말하기 좋아하는 자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은 그 과정을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것이다. 참을성이 많고 유순한 성격의 소유자라도 그런 상황에서는 헐크처럼 변한다.
세상에는 많은 상황이 존재한다. 조언을 빙자한 악담을 퍼부어도 잘 되는 사람도 있고, 잘 될거라 예상하던 사람이 잘못되는 경우도 있다. 어쩌면 망하지 않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인생인지도 모른다. '너 그러다 망해'라는 말을 들은 후 정말 망해버리면 그 말이 사실이 되어버리니까.
유병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