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가교환이란, 동일한 가치의 물건을 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화폐경제가 도입된 이후에는 물건의 가치를 화폐로 산정하여 교환한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가치를 산정하는 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현재가치, 미래가치, 교환가치, 사용가치 등 가치에도 다양한 수식어가 붙었다. 부동산의 경우 사용가치는 동일하더라도 물리적인 위치나 환경에 따라서 많은 가격 차이가 있다. 동일한 제조사의 신발이라도 판매점에 따라서 가격이 다른 경우도 많이 목격할 수 있다. 등가(等價)라는 교환 방식은 산술적인 문제를 넘어 인식의 문제로 변화되었다.
사람의 가치를 화폐로 환산할 수 있을까? 물론 사고가 발생해서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경우에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금액을 정하기도 한다. 혹은 연봉 등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기도 한다. 보험금이나 연봉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무선호출기(삐삐)처럼 과거에 호황을 누리던 직업에 종사하던 사람은 높은 연봉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휴대전화기의 시대를 지나 스마트폰의 시대에서 무선호출기 기술자는 높은 연봉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을 보고 자란 세대는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게 될지도 모른다. 유명하진 않지만, 가능성이 풍부하고 유능한 조각가가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하여 목숨을 잃은 경우가 있다. 고정적인 수입이 없다는 이유로 일용근로자의 급여가 책정되어 보험금이 지급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등가(等價)라는 것은 과연 유효한 단어일까.
사람은 저마다 다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인간관계의 경우에도 등가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을까? 교환의 종류가 다를 때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어떤 한 사람을 알게 된 후 많은 소개를 받아서 번창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사람을 알게 된 후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인생의 시계는 뒤로 돌릴 수 없다. 인간은 누구나 판단하기 어려운 명제 앞의 선택에서 깊은 고민에 빠진다. 하루에 열두 번도 바뀔 수 있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라 인간관계의 가치를 판단하는 일은 순간의 감정이나 산술적인 계산으로 하면 많은 후회와 번뇌를 남긴다. 사람은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사소한 이익이나 감정적인 문제에 눈이 멀어 소중한 인간관계를 포기하는 것은 무척 어리석은 일이다.
난 하루에 열두 번 은퇴하고, 열세 번 재기한다. -박철순 (야구선수)
난 포스트 자본주의에서는 등가교환의 법칙이 통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정보 접근성이 향상된 상황에서 단일한 가치를 주장하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만약 단일한 가치를 주장한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고도화된 사회에서는 점점 더 개성과 감정이 중요시 여겨질 것이다. 물론 감정이 중요하다고 해서 이성이 무시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일에 관하여 '상식 안에서 행동한다는 법칙'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가치 판단에 관한 사항은 보편성을 잃게 될 것이다. 경영학에서 이야기하는 기대비용이라던가 효용성이란 개념은 가치 판단에서 더는 큰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다.
사용가치가 거의 없이 겨우 굴러갈까 말까 하는 오래된 자동차를 단지 추억 때문에 비싼 비용을 주고 구매한다거나, 평생 모은 재산을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에 기부한다거나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등가교환을 말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자본주의의 특징 중 하나를 꼽으라면 개인화이다. 또 그로 비롯된 인간소외이다. 늘어난 인구만큼 사람들의 가치관도 함께 늘어났다. 가치관이 다양화되었다는 것은 더는 기존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이기도 하다. 과거가 만들어놓은 가치로 사람이나 물건을 평가하는 것은 포스트 자본주의를 대비하는 자세가 아닐 수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소중한 인간관계일 지도 모른다. 인간관계는 가치를 매기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교환이 불가한 품목일 테니까.